[거제신문 초대석]서일준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

 

거제신문이 정치·행정·사회·경제·문화 등 지역의 핫 이슈를 다루는 '거제신문 초대석'을 마련했습니다. '거제신문 초대석'은 다양한 인물들을 초대해 지역사회의 각종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 등을 이야기해 보는 공간입니다.
앞으로 '거제신문 초대석'은 지역의 핫 이슈가 있다면 언제든 독자들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거제신문 초대석'을 통해 펼쳐질 주장과 제언 등이 지역사회의 건강함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편집자 주>

종합대학 유치해 지역 생산성 높여야
가치관광 핵심으로 마케팅 접목 필요
차기 지방선거 출마설에 "생각해본적 없다" 즉답 회피

Q.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 경남도 재난안전건설본부장을 1년 역임하고 지난해 연말 문화관광체육국장을 맡았다. 경남이 생각보다 넓다. 지난해 출장을 200일 정도 다녀왔다. 거리로 환산하면 2만㎞ 정도였다. 한번 출장을 나가면 보통 120~130㎞를 달린다. 하지만 행정의 기본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에 출장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 번가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면 두 번, 세 번까지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체력 소모가 심할 텐데
= 체력은 아직까지 최고다. 10년 전만해도 마라톤을 하면서 체력을 유지했다. 사실 오는 10월 열리는 거제섬꽃마라톤대회를 제가 유치했다. 대회 당일 10㎞ 종목에 출전한다. 올해는 첫 대회여서 참가자를 200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도심을 통제하면서까지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 거제는 달리는 코스가 너무 좋다. 1만5000명이 참가하는 춘천마라톤대회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거제섬꽃마라톤대회가 정착되면 참자가 수는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라톤대회는 뛰어난 스포츠관광산업 콘텐츠다. 대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거제를 찾게 된다. 거제는 아직까지 각종 콘텐츠 개발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Q. 지역 조선업 위기에 대한 견해가 있다면 
 = 조선산업의 실태와 전망 등을 누구보다 조선업 경영진이나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 사람들이 아닌 외부 사람들이 조선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 등의 어려움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재취업이라든지 경제적 지원 등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적인 측면이 매우 강하다. 하루라도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 때문에 조선노사가 협력해 정확한 진단을 내린 뒤 구조조정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본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조선노사가 힘을 합쳐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한다면 앞으로 거제는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Q. 조선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 드론산업이라든지 사물인터넷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초기단계다. 지금까지 하이테크 산업은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이는 우수한 인력이 수도권에 많이 있어서가 아니다.

바로 인천공항 때문이다. 하이테크 산업 제품들은 모두 비행기로 수출된다. 몇 달씩 선박에 선적돼 있어서는 신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김해공항과 거제와의 거리는 한 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면밀한 조사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거제에 하이테크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Q. 하이테크 산업 유치를 위해 역점을 둬야할 부분이 있다면
= 하이테크산업 유치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지역 양대 조선소도 마찬가지다. 지역 교육이 바로 서야한다. 현재 지역 조선소 중견 간부들의 경우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거제를 떠난다고 알고 있다. 이들이 거제를 떠나지 않아야 생산성이 훨씬 높아진다. 인구 27만의 자치단체 중 종합대학이 없는 곳은 거제가 거의 유일하다.
 
Q. 종합대학 유치의 중요성은
= 지역에 위치한 대학은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다. 교육도 산업이다. 현재 거제에서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거제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생각을 깨기 위해서라도 종합대학이 있어야 한다. 지금 대학들도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거제에 종합대학을 유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포기한 사람들의 논리다. 거제에서 졸업하는 고등학생의 수는 연간 3000명 정도다. 이 가운데 2700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450명 정원의 거제대학교를 제외하면 산술적으로 2300명이 매년 거제를 떠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학 4년까지 1만명의 인구가 빠져나가는 것이다. 대학생 한 명이 연간 2500만원을 쓴다고 생각하면 2500억원이라는 돈이 거제를 빠져나가는 것이다. 인구 34만의 진주시는 마땅한 제조업이 없지만 교육과 의료산업으로 먹고 살고 있다. 거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Q. 교육산업 육성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 현재 대우와 삼성에서 발생되는 소득은 연 4조~4조5000억원 정도다. 이 돈이 돌고 돌아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관광산업, 지역 농·수·축산업 등에서 발생하는 재화가 모여 지역경제가 돌아간다. 연간 거제를 찾는 관광객은 7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통계적 오류도 있을 수 있다. 순수 관광객을 500만명으로 잡고 1인당 5만원 정도를 지출한다고 가정한다면 관광산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연 2500억원이다. 관광산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자녀들의 교육비로 고스란히 빠져 나가는 것이다.

교육산업은 관광산업에 버금가는 산업이다. 종합대학 하나가 6000~7000억원의 정도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 현재 거제는 대학은 물론 중·고등학교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이 탄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Q. 문화산업 육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 현재 거제에서 제대로 된 공연장은 거제문화예술회관과 거제시청소년수련관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1200석과 400석 규모의 문화예술회관 대극장과 소극장을 채울 수 있는 지역 문화예술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은 그 지역에서 만들어가야 한다. 거제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수시로 공연 등을 하기 위해서는 100~200석 규모의 소공연장이 많이 들어서야 한다. 저렴한 입장료로 부담 없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거제시는 기업도시다. 하지만 앞으로는 교육과 문화의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특정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Q. 지역 관광산업에 대한 견해는 어떤지
= 거제의 관광산업은 가치관광에 핵심을 둬야한다. 관광객들이 거제에 머물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대통령 휴양지·해금강·지심도·무지개길·호국평화공원 등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활용해 관광마케팅에 접목시킬 수 있다.

다음은 교통문제다. 거제는 고속버스가 다니지 않는 유일한 도시다. 경남에서 호남사람들이 제일 많이 사는 도시가 창원·김해·거제다. 하지만 거제에는 호남으로 가는 고속버스가 없다. 대중교통체계를 확충해 교통 거점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제의 기반시설이 부족한 것은 기반시설을 확충 하지 않아서다. 매너리즘이 그래서 무섭다.
 
Q. 지역 공직사회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회자된다. 서울 생활은 어떠했나 
= 거제군청에 7년 7개월을 근무하고 서울로 떠났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다. 7급에서 8급으로 한 단계 직급을 낮춰 송파구청으로 갔다. 당시 직급을 낮춘 것은 아내에게도 비밀이었다. 서울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려운 고비가 많았다. 거제도 사투리 때문에 통역이 필요할 정도였다.

송파구청에서 1년을 근무한 뒤 서울시청으로 갔다. 당시 제일 힘든 곳이 행정과라고 해 희망지를 서울시 행정과로 선택했다.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반 11시에 퇴근했다.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청와대에 5년 동안 근무할 때도 출근시간은 아침 5시50분이었다. 당시에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Q. 서울시 공무원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 2006년 사무관 시험 합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서울시 승진시험은 보통 2년이 기본이다. 1년은 학원을, 나머지 1년은 고시원을 다닌다. 그래도 한 번은 낙방하는 일이 필수다. 사무관 시험은 명문대 출신과 7급 공채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졸 출신에 면서기 9급 출신으로 도전했다. 하루 18시간씩 4개월을 공부해 필기시험 수석을 차지하며 사무관 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43살이었다. 절실함만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무관 합격증을 갖고 고향 집으로 가 부모님을 뵀다. "10년 전에 가져왔어야 할 합격증을 이제야 가져왔다"고 말하니 아버님은 아무말씀이 없으셨다. 어머님께서 "10여년 전 이것을 가져 왔다면 네가 지금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지금 가지고 온 것이 자랑스럽다"고 칭찬해 주셨다.
 
Q. 차기 지방선거 출마 이야기가 거론 된다
= 거제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아직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맡은 바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이 사실이다. 인생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순간순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목표다.
 
Q. 끝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현재 거제가 다소 어렵지만 시민 모두 풍성한 한가위가 되기를 바란다. 어려울 때일수록 힘과 지혜를 모으고 단합 한다면 비온 뒤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우리 거제는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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