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신문 초대석]이길종 전 경상남도의회 의원

 

거제신문이 정치·행정·사회·경제·문화 등 지역의 핫 이슈를 다루는 '거제신문 초대석'을 마련했습니다. '거제신문 초대석'은 다양한 인물들을 초대해 지역사회의 각종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 등을 이야기해 보는 공간입니다.

앞으로 '거제신문 초대석'은 지역의 핫 이슈가 있다면 언제든 독자들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거제신문 초대석'을 통해 펼쳐질 주장과 제언 등이 지역사회의 건강함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편집자 주>

조선노동자 위기가 진짜 위기
정치권·행정, 하는 일이 없다
노조 역할, 합리적 대안 찾기
협력사 연쇄폐업 해결책 시급
삼성·대우 합병도 위기 돌파구

Q. 최근 근황을 말씀해 주신다면
= 총선 이후 쉬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변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늘 괴로웠다. 야권 단일화를 위해 협의하고 양보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잘못을 저지른 죄인으로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Q.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 한국 조선산업의 위기와 향후 전망을 두고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선산업이 고용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채권은행을 앞세워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있고, 이들의 압력에 조선소 경영진은 노조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인력감축을 추진해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 및 방향성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의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노조를 배제한 일방적 인력감축은 사회적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은 결국 조선업과 노동자를 버리고 오직 돈을 쏟아 부은 금융당국만 살리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현실적으로 인력감축 외 뚜렷한 해결책이 있는지
=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상황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 것은 맞다. 따라서 구조조정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에서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대 조선소의 구조상 인력감축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실직자와 그 가족을 위한 대책을 정부와 회사,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한다. 감원으로 회사를 떠나는 인력에 대해 정부와 회사, 회사에 남은 사람이 1/3씩을 부담하는 해법이라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 구조조정을 이뤄낼 수 있다.

 

 
Q. 지역 정치권과 행정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 정치권과 행정은 보여주기식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지역 조선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조선업 위기에 대한 징후는 예전부터 감지돼 왔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전무했다. 그동안 지역 정치권과 행정은 황금알을 낳는 이 거위가 평생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불사조'라고 생각했다. 조선업 위기가 닥친 지금 사실상 지역 정치권과 행정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행정이 조선업 지원책 마련 등의 준비를 했어야 함에도 무심함의 극치를 달렸다. 조선업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김한표 국회의원도 이번 임기동안 조선업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김 의원이 조선업 살리기에 올인한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과 행정이 조선업을 너무나 모른다는 것이다. 다양한 제안을 해도 황당한 주장이라고 치부하기 일쑤다. 하지만 수많은 제안 속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늦었지만 허울뿐인 대책위가 아닌 진정한 대책위를 꾸려 고민과 토론 속에서 적극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Q. 최근 천일기업 사태가 문제가 되고 있다
= 업체 폐업으로 300여명의 근로자들이 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천일기업 사태는 퇴직금 때문에 불거진 것이다. 문제는 현행법에서 퇴직금을 적립하라고는 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처벌조항이 없다는데 있다. 내년부터는 퇴직금을 연금 형식으로 적립하지 않으면 대표자가 처벌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천일기업 사태를 지켜보는 협력업체들이 많을 것이다.

천일기업의 경우 회사가 50~60억 정도의 퇴직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한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계획적인 폐업이라는 생각이다. 천일기업 사장이 금융권에 상당한 부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원청에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Q. 원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은 없나
= 예상됐던 문제의 시작이다. 만일 원청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선례를 남긴다면 올해 고의부도를 낼 업체는 꼬리를 물게 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400여 사내협력업체 중 퇴직금을 정립하고 있는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 문제를 정치권과 행정이 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실제 올 초부터 시작됐을 문제였지만 총선 때문에 미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이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지역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방안을 마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Q. 그렇다면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닌가
= 그렇지 않다. 당연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세무조사 등을 통해 비리가 발견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맞다. 많은 돈을 빼돌려 유용했다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원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법적인 책임은 없다 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 천일기업 노동자들은 협력업체 사장 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삼성중공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원청 역시 임금지급과 퇴직금 적립 등의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다.
 

 

Q. 대우조선 노조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 시대의 변화에 맞춰 노조도 변해야 한다. 올해 조선 3사에서 5000명을 구조조정했다.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는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노조는 조합원들만 싸고 돌았고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되는 부분을 철저하게 배제해 귀족노조라는 비난을 받았다. 조선소 일의 80%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을 철저히 차별해온 결과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구조조정의 가장 큰 역할을 노조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사측에 대안을 내놓으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대안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 합리적인 대처도 필요하다. 일방적 구조조정이 아닌 합리적 구조조정이라고 판단되면 조합원을 설득해서라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구조조정 외에 대안이 없다면 회사와 함께하고 동참하는 역할을 자임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Q. 노조에 대한 외부감사는 어떻게 생각하나
= 노조는 조합원들이 뽑은 자생조직으로 내부 감사가 있다. 외부감사는 자칫 노조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다. 노조가 회사를 적으로 삼는 것은 문제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임단협은 영영 해결하지 못한다. 조합원들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그렇다보니 현장에서는 모두가 적이다.

내가 회사를 떠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회사를 나가야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동료애는 사라지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노조도 어떻게든 조합원들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잘못한 사람은 책임을 묻고 임금삭감 등에 응해야 한다.
 
Q. 대우조선 시민기업화는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하는지
= 지역 조선업을 살릴 수 있는 한가지 방안으로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정부의 정책 실패와 산업은행의 부실관리, 각종 부패의혹으로 홍역을 치르는 측면에서 고려한다면 시민펀드 조성을 통한 시민기업화가 정답일 수 있다. 이는 또 정부와 국민들에게 거제시민이 얼마나 대우조선해양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손해 볼 일 없는 장사인 것이다.
 
Q. 현재 지역 조선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 최근 경남발전연구원이 조선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5년 이내에 조선업 불황이 종료될 것으로 예측됐다. 경기회복 수준은 전성기의 8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R&D 분야의 투자를 더욱 늘리고 숙련된 기술인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해양플랜트의 지속성장을 위해 비어 있는 한내공단에 훈련소를 구축해야 한다. 이곳에 숙련 기술자를 모아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임금을 줄이는 대신 조선업이 정상화 되면 우선순위로 채용을 약속하는 방식 등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또 삼성과 대우를 합병해 한 곳은 선박을, 한 곳은 해양플랜트를 제작하는 특화조선소로 키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뜬구름 잡기식의 사곡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조성사업에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부족한 삼성과 대우의 야드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정치권에 몸담은 이유는 노동운동으로는 변화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후손들을 위해 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리고 변함없이 진보와 노동자를 위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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