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지역을 방문한 타지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여긴 아픈 사람이 많나봐. 병원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이라고 말한다. 그 정도로 고현지역은 치과·내과·피부과·안과 등 많은 병원들이 밀집해 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업종을 드러내는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도 쉽게 눈에 띤다.

고현동에 살고 있는 하영수씨(32)는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병원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감염에 대한 의식문제를 다룬 방송을 접했다.

방송시청 이후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싶더니 이제는 언짢을 지경이다. 병원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씨는 "듣기에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경우 수술복, 진료복 등을 입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돼있다고 알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너무나 자연스럽게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신의 직업 정체성을 밝히는 이들에 할 말을 잃는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진료복을 입고 식사하는 아저씨,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는 슬리퍼를 신은 채 은행에 와 업무를 보는 간호사복을 입은 아가씨. 여기에다 고현의 뒷골목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병원복의 여인네를 발견했을 땐 경악을 할 정도였다. 목격한 사람이 되레 미안했다.

하씨는 "병원복을 입고 세상 밖의 세균을 병원 안으로 옮기고, 병원 안의 세균을 세상 속으로 열심히 퍼나르는 모양새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메르스와 같은 엄청난 전염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일이 불과 작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일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료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변해야 한다"며 "온 동네를 다니며 묻혀온 병균으로 아픈 내 아이의 머리를 짚어주고, 주사를 놓아준다면 사절하고 싶다"고 거부반응을 보였다.

현재 의사나 간호사가 병원복을 입고 병원 밖을 나오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 중이긴 하지만 법적으로 규제를 할 방법은 없어 의료진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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