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친구들과 서해안으로 1박2일 봄나들이에 나섰다. 봄·가을이 되면 여러 단체나 모임에서 나들이를 갔었다. 또 해마다 각 단체에서 다양한 행사로 계절에 관계없이 나들이를 겸할 때가 있다. 또 문인들의 문학기행은 해마다 연중행사처럼 이뤄지기도 한다. 한때 한창 젊은 30때부터 고향에서 지역 어르신을 모시고 효도관광을 시켜 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지난날을 돌아보면 내가 참여했던 곳마다 어르신들 그리고 선배, 선생님들과 함께했던 그런 자리였다. 그렇게 나들이를 나갈 때면 어르신들은 꼭 공자·맹자를 찾으시고 옛날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실 때 마다 젊은 회원들은 지루함에 의자에 뭉그적대며 슬그머니 코를 고는 소리를 내기도 했었다. 또 문학기행 때는 어김없이 선배, 선생님들께서 미리 준비해온 시낭송 그리고 작품에 관련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잠시 쉬어갈 곳에 내려 온 몸을 비틀어가며 자세를 고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동갑내기 친구들과의 서해안 나들이는 정말 마음이 편안하다. 주위 누구도 의식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 속에서도 솔직한 한 친구가 한마디 한다. 옆자리 친구는 그새 손주 생각에 걱정이 되나보다. 여성들만 30명이 넘게 모였으니 그동안 가슴에 꾹꾹 묻어뒀던 마음들을 털어놓느라 앞뒤에서 떠들썩하다. 대부분 남편들 이야기다. 젊었을 땐 직장생활에 청춘을 다 받친 대부분의 남편들이지만 모처럼 봄놀이 나오는 식구에겐 편안한 존재는 아닌가보다.

그새 도착한 서해안 앞바다는 초록빛의 파도가 장관이다. 봄이 절정에 달했다는 것을 알려주듯 하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드는 파도에 서해안 바다를 보러온 관광객의 발길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저만큼 바다위에 떠있는 듯한 암자가 바다 가운데 섬처럼 보인다. 밀물과 썰물에 의해 물에 잠기면 하나의 섬에서 육지로 변한다는 것이다. 고려 말 무학 대사가 그곳에서 수도하던 중 달을 보며 도를 깨우쳤다해 그 암자이름을 간월암이라 했다고 한다. 잠시 썰물에 의해 섬이 될 때에는 간월도라고도 했다고 한다.

간월암에 이어 도착한 곳은 서해안 튤립축제 행사장이다. 세계에서 5대 튤립축제로 선정됐다는 곳답게 규모가 엄청나다. 그동안 접해볼 수 없었던 많은 종류의 튤립들이다. 다양한 볼거리들을 알차게 들러보다 보니 눈길이 간곳은 관상을 보는 곳이었다.

'관상 5000원'이라는 붉은 색으로 쓴 글씨가 크게 적혀있다. 친구와 관상만 보기로 했었는데 뭔가 한참 적어가며 손을 잡아당겨서 내밀었더니 손금도 보고 운세도 보는 듯하다. 친구와 히죽 한 번 웃으면서 잠시 옆을 봤더니 다 보면 2만원아라는 작은 녹색글씨가 세로로 적혀있다.

속절없이 2만원씩을 지불하고 서둘러 일행들을 찾으면서 "그래도 젊었을 때엔 호례호식하며 잘 살았겠다"는 스님의 말에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인덕이란 없겠다"는 스님의 말을 깊이 새기게 된다.

숙소에서 1박을 하면서 친구들과 밤새 웃다가 날을 꼬박 샜다. 다음날은 청양군 천장호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장난기 있는 친구들과 잠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서둘러 마지막 코스인 백마강 강변에 버스에서 내렸다. 백제의 숨결이 느껴지는 백마강과 낙화암에는 삼천궁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단지 백마강은 말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