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섬
바람의 섬
  • 거제신문
  • 승인 2016.0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20일 제주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7월 한 달 제주도를 찾은 방문객은 154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7만여명에 비해 4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간 관광객 1000만명 돌파 시점도 작년엔 10월1일이었는데 올해엔 44일을 앞당겨 8월에 넘어섰다고 한다. 가히 제주도가 대세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비슷한 조건을 가진 우리 입장에선 지역 산업까지 어렵다 보니 솔직히 부럽다.

지난 16일은 제주도에서 매년 개최되는 제주국제관악제의 폐막공연이 열리는 날이었다. 해마다 초청장이 오지만 마음을 내어 가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엔 다른 일도 좀 있고 해서 제주도를 찾게 됐다. 항공예약을 하며 검색을 좀 해보니 워낙 이용객이 많아 공항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좀 무거워졌지만 연일 쏟아지는 폭염이라도 비껴가자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8월15일이면 해수욕장도 대개 폐장을 하는 시기다. 달리 말하자면 더위가 어지간하게 물러가는 시기인 셈이다. 양력으로 따지는 거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거의 맞아 들어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북적북적 많았지만 견딜만 했고 더위는 한층 꺾인 듯 정말 피서 제대로 왔다 싶을 만큼 쾌적한 날씨였다.

렌트카를 픽업해서 숙소에 가 체크인을 하고 제주문예회관으로 향했다. 제법 바람까지 살랑살랑 부는 게 오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제주도가 관악의 메카가 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를 찾자면 역시 사람이다.

제주도 오현고등학교의 음악교사로 재직 중이던 이상철 선생이 어린 시절 악대부를 했던 자신의 경험에 비춰 제주도에서 자그마한 음악행사를 꾸준하게 해 보겠다는 각오에서 출발했다.

초창기에는 지자체의 예산지원도 거의 없었고 지역민들의 관심도 받기 어려웠다. 같이 거들어 일해 줄 일꾼도 없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행사를 준비하고 이끌었다. 이 시기가 2005년쯤인데 나도 매년 제주에 다닐 때였다.

하도 눈물겨울 만큼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중앙에 있는 일간지 기자에게 제주를 주목해 보라고 얘기해 줬는데, 그 양반이 제주에 다녀와서 하는 말이 "힘든 여건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마음이 아파, 취재고 뭐고, 뭐라도 하나 보태주고 오고 싶더라"고 했다.

이런 열정으로 해를 거듭하며 성장을 해가던 제주관악제는 사무국장의 과로로 인한 사망과 이상철 선생의 투병 소식으로 가슴 먹먹하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어엿한 국제행사로 자리 잡게 됐다.

제주국제관악제는 관악콩쿠르와 함께 열린다. 전 세계에서 차세대 예비 관악 대가들이 몰려든다. 올해는 180명 수준이다. 심사위원 규모만 해도 30여명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야마하, 아담스 등 악기 제조사들의 마케팅 전쟁도 치열하다. 관악은 현악기에 비해 덜 예민한 편이다.

현악기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적정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공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관악 특히 금관은 공연공간이나 편성 등이 자유로운 편이라 야외행사에 용이하다. 현악기가 까칠한 아가씨 같다면 목관악기는 핸섬하고 매너 있는 청년, 금관악기는 성격 좋고 궂은 일 도맡아 하는 매력남인 것이다.

그래서 제주국제관악제는 야외행사가 많다. 제주도 곳곳의 멋진 풍광을 음악에 실어 소개하기 안성맞춤이다. 관악기는 기본적으로 취구에 바람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다. 바람 많은 제주도와 찰떡궁합인 악기이다. 그래선지 올해 이 행사의 슬로건도 '섬, 그 바람의 울림'이다.

다음날 여유를 가지고 돌아본 제주도는 역시 울림이 있었다. 곳곳에 붙어 있는 토지 매매와 관련한 홍보물들이 지금 제주도가 직면해 있는 큰 변화를 대변해주는 듯했다. 사람은 많이 오고 가용할 수 있는 토지는 한정적이어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과 이국적인 풍경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라면 기꺼이 감수해야할 비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름에서 내려다보는 기막힌 곡선과 수평선을 건축물로 막아버린다면 굳이 우리가 여기에 올 이유가 없다. 신공항 건설로 인해 제주에 부는 부동산 과열이 우려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지역의 그 아름답던 해안로가 거대한 구조물로 훼손되고 있는 현실이 오버랩 됐다. 지금이야말로 자연 앞에 겸손해져야 될 때이다. 그러면 답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