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시민리포터

▲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새장승포교회의 담임목사인 필자는 이른 아침 새벽기도회를 마치게 되면 제일 먼저 아내와 함께 망산의 허리를 가로지르고 있는 해안 길과 등산로를 따라 아침 운동을 하며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날들이 많습니다.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요즘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능포동 장미공원 쪽에서부터 장승포동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해안 길을 걷노라면 삶의 보금자리를 떠나 새로운 세상 속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수백 수천마리의 외출한 지렁이의 비극적인 최후를 목격하게 됩니다.

지렁이는 눈이 없는 연체동물로서 피부로 호흡을 하며 식물질과 함께 흙을 삼켰다가 식물질은 소화하고 난 이후 그 흙을 다시 배설함으로써 땅을 기름지게 하며 땅을 갈아주는 효과를 나타내는 동물입니다. 일반적으로 지렁이는 밝은 대낮에 활동하지 않고 어두운 밤에 주로 활동을 하며, 특히 비가 오는 날 땅 속에서 많이 기어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지렁이들이 살고 있는 흙속나라 삶의 보금자리는 부드러운 흙과 수많은 나뭇잎들이 잘 융합되어 만들어진 기름진 옥토이며 전혀 오염되지 않은 무공해 청정지역으로서 지렁이들이 삶을 살아가기에 최적의 공간, 최적의 낙원입니다. 이 지렁이들이 살아가는 지하세계는 적당한 수분과 함께 다양한 영양분을 비롯해 부족함이 없는 미네날이 내포되어 있는 쾌적의 요새로서 지렁이들에게는 안식의 자리요 평화의 자리요, 행복의 자리입니다.

이 행복의 자리, 흙속나라에서 왜 지렁이들이 요즈음 많이 밖으로 나오게 될까요? 수많은 지렁이들이 소중한 삶의 보금자리를 떠나 일탈된 행동을 통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것을 보면서 몇 가지 영적인 교훈을 나누고자 합니다.

지렁이들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떠나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흙속나라에 대한 불만과 함께 지상에서 다가오는 따뜻한 온기의 유혹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고, 뜨거운 태양열로 인해 수분이 증발하면서 더 좋은 삶의 자리를 찾아 나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렁이가 꿈과 희망을 품고 찾아 나온 더 좋은 세계, 더 좋은 삶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땅 속을 떠나 지상세계로 나오고 난 이후, 잘 포장된 도로, 걸릴 것이 없는 아스팔트와 시멘트 도로를 질주하는 지렁이에게는 험난한 행군, 기나긴 여정이 이어지게 됩니다. 힘겨운 행군을 하는 지렁이에게 이른 아침 내리쪼이는 태양열은 지렁이의 몸에 남아 있었던 많은 수분을 빼앗아 가고 유연성이 사라지면서 몸이 자꾸만 굳어져 가게 되자 지친 지렁이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고 그 결과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불청객, 수많은 개미떼에 의해 공격을 당하며 몸부림치는 놈들이 도로 위에 즐비한 것을 보게 됩니다.

저는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는 8월, 지렁이들의 일탈된 행동과 그 최후의 모습을 이른 아침 유심히 지켜보면서 우리 성도들의 삶의 자리와 자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성도들이 자리하고 있어야만 하는 삶의 자리는 어디일까요? 그곳은 지렁이가 나가지 말고 있어야 했던 땅속 기름진 옥토, 평안의 안식처 이듯 우리 성도들이 있어야만 하는 곳은 바로 구원과 은혜의 자리, 말씀과 성령의 기름부음이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품안, 곧 교회의 품안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품안인 교회를 떠나 세상 속에서 방황하게 된다면 그는 지렁이와 같이 수많은 사단의 공격 속에서 먹히고 밟히고 짓눌려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주님은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내 안에 거하라"(요15:4)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누가복음 15장에 등장하고 있는 한 탕자와 같이 아버지의 품을 떠나 먼 나라, 낫선 세계로 이민을 갔던 부자의 둘째 아들은 꿈과 희망을 품고 새로운 세계, 새로운 나라를 향하여 나아갔겠지만 그에게 주어진 삶의 결과는 사람이 식물로 삼지 않는 쥐엄 열매, 돼지의 먹이로 삼는 쥐엄 열매로 자신의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했지만 채울 수 없는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됨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 성도들이 있어야만 하는 곳, 그리스도의 품을 떠나서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찾아 가는 사람, 그 사람의 일탈행동은 도로위에서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지렁이의 최후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지렁이 같은 너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 말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니라"(사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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