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기 거제지맥 사무국장

지난 6월25일 남부면과 일운면 등 거제시 일원에서는 꿈과 희망의 파랑새를 캐치플레이로 내세운 제4회 거제지맥 트레일런(Trail-Run) 대회가 열렸다.

트레일런(Trail-Run)이라는 단어의 생소함을 뒤로하고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 700여명의 달림이들이 거제를 찾았다.

이날 새벽 4시 울트라급 70㎞ 풀코스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의 화약냄새를 시작으로 33㎞ 하프코스, 14㎞ 단축코스 종목이 진행됐다. 수려한 거제의 자연경관 속으로 초대받은 달림이들은 남부면 명사에서부터 망산-가라산-노자산-북병산-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뛰고 걸으며 눈과 귀와 마음을 빼앗겼다.

트레일러닝(Trail-Running)은 '트레일(Trail)과' '러닝(Running)'의 합성어다. 일반 러닝이나 마라톤처럼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오솔길이나 산길 등을 달리는 아웃도어 활동으로 산·사막·숲·초원·해변·극지 등 모든 자연환경을 달리는 활동이다.

때묻지 않은 자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달린다는 장점 때문에 현재 트레일러닝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많은 대회가 개최되며 점차 대중적인 운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4번에 걸친 거제지맥 트레일런 대회 중심에는 천영기 거제지맥 사무국장(48·용주산업 총무부장)이 있었다. 천 사무국장은 "바다를 보면서 달릴 수 있는 거제의 구간은 전국에서도 드물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거제지맥 트레일런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 트레일러닝 대회로 자리매김했다"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2010년도 제주도 4풀(full)코스 4연속 서브3(마라톤 풀코스인 42.195㎞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를 달성하며 국내유일의 마라톤 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던 그는 2012년 종목을 바꿔 세계울트라 트레일런 대회 중 가장 유명하다는 사하라사막마라톤에 참가한다. 그리고 7일 동안 240㎞를 달려 세계 4위의 기록을 안고 귀국했다.

이듬해 사하라사막마라톤의 기억을 머리와 가슴에 담아 50명의 선수가 출전한 제1회 거제지맥 트레일런 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2014년 200명, 2015년 400명에 이어 올해 700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큰 규모의 대회로 키워냈다.

주위의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짧은 기간 안에 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성과를 일궈낸 것은 천영기라는 인물의 상징적인 의미가 없었다면 불가능하고 힘든 일이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평가다.

사실 올해 거제대회 2주 전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northface)가 주최한 '노스페이스100 코리아' 대회가 강원도에서 열렸다. 많은 선수들의 시선이 이 대회로 쏠리면서 거제대회 참가신청률은 대회 개최가 임박했음에도 100명 안팎으로 저조했다. 이에 천 사무국장은 지난 5월 '동두천 코리아 50k' 대회가 열리는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최선을 보여줬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조선소 근무복을 입은 그는 안전모를 쓰고 안전화를 신었다. 그리고 직장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안전밸트까지 착용했다.

'거제조선 파이팅'이라는 글귀가 적힌 작은 현수막도 그의 손에 걸린 채였다. 두 발이 모두 다 까지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59.4㎞를 완주했다. 가벼운 차림의 타 출전선수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천 사무국장의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회 출전 이후 '엄청난 의지가 있는 분들이 있는 곳, 저런 분이 주최하는 대회에 꼭 참가하고 싶다'며 신청서가 폭주했다.

천 사무국장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거제지맥을 밟고 뛴 이들이 이곳에서 희망과 꿈의 상징인 파랑새를 느끼고 안고가길 원했다"며 "70㎞를 뛰고 들어오는 골인지점에서 감동의 박수로, 눈물로 마중을 나온 가족들 모습에서 더 선명한 파랑새가 보여 질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로 새로운 2017년을 기약했다.

오늘도 거제지맥 구석구석에 그의 발자국을 각인 중인 천 사무국장. 그는 "감동을 주기를 원했으나 되레 그들에게서 감동을 받았다"는 말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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