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부춘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위원장

우리는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이라는 말로 농업을 인간 생활의 기반으로 높이 평가했다. 그러다 기계와 물질문명의 발달이 진행됨에 따라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천하지대본'에서 도외시 됐고, 농사는 '돈 안되는 직업' '힘든직업'으로 치부됐다.

여기에다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농업 종사자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이는 휴경지를 양산해 농지의 황폐화를 불러오는 실정이다.

동부면 노자산 자락에 위치한 작은마을인 부춘마을. 노자산 등산로 입구의 등산객과 혜양사를 찾는 신도들을 위한 관광버스가 유일한 바깥세상을 알려주는 듯한 이 조용한 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19일 부춘마을 입구에 위치한 '부춘 녹색농촌체험마을'이 개소식을 한 것이다.

거제지역에는 현재 3~4개의 농촌체험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성업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민들의 관심은 다소 저조한 편이다. 거제에 또 하나의 농촌체험마을이 들어섰다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부춘마을 주민들이 품은 꿈과 희망이 녹록하지 않다.

부춘마을의 평균연령도 다른 시골마을 못지않게 높다. 그리고 이들의 삶은 열악하다. 지난 2010년 부춘마을 토박이인 김상범씨(58)는 마을이장으로 취임을 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마을주민들의 연령이 높다는 것은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자 진취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마을주민들을 결집시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녹색농촌체험마을' 계획서였다. 그리고 6년, 지난 세월에 대한 결실을 맛보며 또 다른 시작을 축하받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녹색농촌체험마을 추진위원장직을 맡아 사업을 진행해 온 김씨는 체험마을 운영위원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김 위원장은 "마을주민들을 결집시키고, 이로 말미암아 소득 창출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출발해 지금껏 왔다"면서 "마을 법인이다. 주민들이 나를 믿고 이만큼 왔듯이 앞으로도 믿음을 가지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는 고추따기, 옥수수따기 등 제철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고추장만들기, 초콜릿만들기 등 연중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해 놓고 있다. 특히 연중체험 프로그램 속에 들어있는 천연염색과 한지공예는 놀랍게도 부춘마을의 나이든 주민이 강사로 나선다.

지난 2014년 부춘마을은 거제시에서 추진하는 '농촌건강장수마을'사업에 선정됐다. 이 역시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고 싶었던 김 위원장의 신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3년, 강사를 통해 익히고 배워나갔던 한지공예와 목공예는 주민들의 특기가 되고 취미가 됐다.

이제는 그들의 손과 말을 통해 체험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공예기술이 전달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국가의 예산으로 주민들이 배울 수 있었고, 그 배운 것으로 주민들이 6차산업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면서 "마을주민들의 역량과 우리마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 생산되는 것으로 마을 발전과 연계해 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삼거마을에 밴치마킹 하러 쉼없이 쫓아다녔고, 교육시간에 맞추기 위해 할머니들을 직접 실어오기까지 했어야 했던 시골촌부 김 위원장. 그는 해바라기와 연꽃의 포토존을 만들지, 아이들에게 팝콘 선물을 줄지 등 어떻게 하면 이곳을 찾는 이가 한번 더 이곳을 찾아줄지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가 짧다.

김 위원장은 "마을을 찾기 전 미리 연락하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준비할 것"이라며 "믿고 찾아주길 바란다"는 말로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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