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연초고 교사
요즘 부쩍 동물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생긴 현상이라 한다. 나도 3년 전부터 진돗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이라는 인식 없이 어느날 갑자기 들어온 강아지를 버리지 못해 키운 것이 벌써 3년째다.

사실, 예전의 나는 반려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고 개는 그냥 집에 묶어놓고 키우는 집 지키는 동물에 불과했다. 나와 절친한 한 친구가 요크셔테리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같이 쇼핑이라도 가면 친구는 강아지 껌이니 사료를 산다고 애견 코너에서 머물렀는데 그때면 나는 개한테 쓸데없는 돈을 쓴다고 구박을 했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개한테 무슨 간식을 사주고 껌을 사주냐, 그냥 사람 먹던 밥을 주지 사료는 무슨 했다.

요즘 이 친구는 나를 보면 자기보다 내가 더 한다고 한마디 한다. 그렇다. 내게 우리 집 진돗개는 개가 아니라 자식이다. 아니 친자식도 나를 이렇게 반가워하고 따르지는 못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나를 보면 반가워하고 어디를 가든 따라다닌다. 나의 미묘한 감정이나 목소리 톤의 차이까지도 눈치챌 정도로 나에 대해 민감하다. 세상에 누가 나의 움직임에 이렇게 민감하겠는가.

개 때문에 어디 외출도 못하고 여행도 못 간다는 사람을 봤는데 내가 딱 그 짝이다. 내가 퇴근할 시간이 되면 우리 진돗개는 시계가 없어도 정확하게 그 시간에 울타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서 있다. 내가 올 때까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서서 기다린다. 그러니 퇴근 후에 어디를 가겠는가.

얼마 전 한 방송에서 '강아지 공장'에 관한 내용을 보도했다. 말 못하는 동물을 상대로 짐승보다 못한 짓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애견인의 한 사람으로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인간들은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간에 더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인간들은 어떤가. 사회적인 유행처럼 번지는 반려동물 키우기 열풍에 책임감 없고 미성숙한 사람들이 부화뇌동하여 무슨 액세서리 구입하듯 동물을 입양하여 키우다가 번거롭고 귀찮으니 아무데나 버리거나 혹은 이사를 가면서 반려동물은 데려가지 않는 무책임하고 비정한 짓을 한다.

그런데 정말 다행인 것은, 그런 비인간적이고 무책임한 사람들도 있지만 책임감 있고 생명의 존엄성을 아는 유기견 센터의 관리자들, 봉사자들 같은 분들이 있어 버려진 불쌍한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이 목을 축이고 몸을 뉘울 곳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감사하고 복 받을 일이다.

거제에도 두동 쪽에 거제 유기견 센터가 있다. 중학교에 근무하시다 정년퇴임을 하신 '장병공' 선생님이 수고하셔서 전국 유일의 안락사가 없는 유기견 센터로 여러 종류의 유기견들과 유기묘들을 보살피고 있다.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고 알려지는 바람에 타지에 있는 사람들까지 거제에 와서 자신들의 반려견과 반려묘들을 버리는 바람에 거제 유기견 센터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라 한다.

거제 유기견센터에는 자원봉사의 손길도 필요하고 그 외 물품 후원이나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 언제든 가서 도울 수 있고 봉사할 수 있다. 그러니 혹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먼저 그곳에 가서 봉사를 해보고 내가 진심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반려동물은 결코 장난감이 아닐뿐더러 그들은 그림같이 앉아서 꼬리만 흔드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동물이며 우리가 그들을 입양할 경우 우리가 책임져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입양하는 것이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만들지 않는 길이라 생각한다.

나만 알고 나를 따르던 강아지나 고양이가 거리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비오는 거리에서 비를 맞고 여기저기 사람들의 발길에 차이고 혹은 교통사고를 당한다고 생각해보라. 견딜 수 있겠는가. 이런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당신은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 되는 사람이다.

귀여운 외모에 입양했다가 책임과 경제적 부담이 뒤따르면 버리는 비성숙한 사람은 아닌지 생각해봐야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데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경제적, 시간적 제약이 분명히 있다. 진돗개 3년 키운 사람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니 무시하지 마시기를.

하지만 내 인생에서 내가 가장 잘 한 열 가지 일 중의 하나.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심한 일이다. 내가 우리 멍멍이한테 해주는 일보다 우리 멍멍이가 내게 해주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이것은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만이 아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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