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각 전시회 연 금산 김복률 작가

"할아버지, 존경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손자가 방명록에 남긴 글에 72살 할아버지의 코끝이 찡해 온다. 지금껏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가며 이 어린 생명이 불어넣어주는 삶에 대한 자신감에 고개를 다시 한 번 곧추 세워본다.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10일간 상동 축협하나로마트 2층에서 '금산 김복률 사진·서각 전시회'가 열렸다. '금산의 예술세계'라는 주제 아래 구성된 이 개인전은 30년이라는 시간이 축적된 농익은 사진들과 입문한지 2년이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는, 그래서 더욱 그간의 노력을 추측하게 하는 서각작품 등 70여편이 전시돼 손님을 맞았다.

72살에 첫 개인전을 맞이한 작가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일일이 친구와 지인들의 손을 맞잡고 인사를 건넸다. 작품 설명에서 느껴지는 작은 떨림. 그는 바로 그 순간 이 기분 좋은 떨림을 즐기고 있었다.

개인전의 주인공인 금산 김복률 작가는 "좋은 사진 한 프레임을 얻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그 두근거림으로 개인전을 준비했다"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서각이라는 매개로 표현했기에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이 같이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가셨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 작가는 사진과 서각부문에서 작품 활동과 동호회 활동을 통해 수많은 수상경력과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예술인이다. 그런 그도 할아버지다. 자신의 개인전 방명록의 수많은 칭찬 속에서 어린 손자의 자랑이 된 것이 무엇보다도 뿌듯하다.

자신의 성격을 '내성적'이라고 표현한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분재·사진·서각에 끌렸다. 그들이 이끄는 대로 그 세계에 충실했다. 하지만 그는 어른이다. 자신의 세계가 나 외의 누군가에게 피해가 된다면 아무리 좋은 이끌림도 필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진과 더불어 40년을 해온 분재를 2년 전 그만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어느 순간 아내의 도움없이는 안 되는 '아내의 일거리'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선택과 집중이라고 했던가. 사진에 그리고 서각에 몰두했다. 감사하게도 취미로 시작한 활동들이 개인의 열의와 열정의 씨앗이 됐고, 그의 손끝에서 뿌리를 내려 작품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30년 취미인 사진은 인생의 동반자처럼, 아니 인생 그 자체로 그를 좋은 장소로, 좋은 사람들에게로 인도했다.

사물을 보는 시각과 색채감은 그의 무의식에 물들어 서각 작품 속 뛰어난 색감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한 작가의 두 분야 작품에는 한 치의 어색함이 없다. 이번 개인전이 다른 이의 이목을 끄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인생의 반 이상을 사진과 보냈다"며 "사진은 언제나 곁에 있었고, 내 인생이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서각에 대해서 그는 "10여년 전 우연히 접했으나 인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2년 전 다시 시작하게 됐는데 그 만남이 더 불 같았다. 그 사로잡힘이 밤낮으로 매진하게 했던 것 같다"는 말로 얼마나 서각에 몰두해 있는지를 보여줬다.

72는 숫자다. 아침 일찍 서각 스승이 있는 고성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그리고 길게는 3~4시간을, 짧게는 2~3시간을 배움에 몰두하고 돌아온다. 그렇게 열흘을 보내면 작품하나가 탄생된다.

김 작가는 "작품을 보고 좋다는 지인이 있으면 댓가없이 줬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 때문"이라면서 "새로운 글귀에 내가 찡할 때가 있다. 아름다움을 전하는 전달자가 된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취미로 시작해 취미로 남는, 그래서 앞으로도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말로 서둘지도 지치지도 않는 칠순 새내기작가의 겸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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