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거제에 와서 알게 된 친구로 스코틀랜드에서 온 부부가 있는데 그 남편은 삼성중공업에서 5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나이가 60쯤 됐고 석유산업과 관련된 여러 나라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일할 때는 부패가 정말 심했다고 한다.

한 번은 그가 운전하면서 경찰에 검문을 받았는데 경찰이 속도위반이라면서 내민 스피드 건을 자세히 보니 헤어드라이어였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좋아졌는가? 높은 자리에 있는 큰 도둑은 있지만 작은 도둑은 정말 많이 사라졌다.

어느 날 한 저녁 자리에서 내가 물었다. "한국인들이 일을 잘 하느냐?"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원조 받던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주게 된 나라, 일 잘하기로 소문난 나라 등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던 터라 내심 자신이 경험한 여러 나라들 중에서 "한국인이 최고로 일을 잘 한다"는 대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달랐다.

"선박을 만드는 일에 대략 5개의 부서가 있는데 그 부서들 사이에 협조가 잘 되지 않아서 작업자들이 출근해서는 그냥 대기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부서끼리 협력해야 서로 진행을 맞출 수가 있고 그렇게만 해도 엄청난 임금이 절약될 것이다. 각 부서장들은 타 부서에 책임을 떠넘기려 할 뿐 서로 조율하고 협조해 일할 줄을 모른다."

충격적인 이 말을 듣고 새삼 생각했다. 요즈음 거제지역 조선산업의 위기에 이런 요인도 한몫을 하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해 어떤 서양인이 2014년 한 잡지에 쓴 아래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이렇다. 한국은 최근에 OECD 국가 중에서 최악의 생산성을 기록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몇 년간의 한국 회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본다.

첫 번째로 딱딱한 구조. 한국 회사는 군대와 같다. 군복무와 독재의 영향인 듯하다. 그 딱딱한 구조의 부산물은 상사에게 하는 지속적이고 불필요한 보고인데, 이는 마치 군대에서 상관에게 하는 것과 같다. 팀은 매주 상사에게 보고해야 하고 임원에게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어떤 임원이 보고를 바라면 팀원은 만사를 제쳐두고 보고서 작성에 매달린다. 이러한 엄청난 보고 때문에 회사에서는 전략적 추진을 위한 힘이 남지 않는다. 마치 소방서에서 대원들이 하듯 직원들은 언제든 보고를 위해 긴장해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통 문제. 강요된 정기적 회식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이고 정직하며 효과적인 소통이 부족하다. 같은 팀과 부서에서는 정기적인 회식으로 잘 지내지만 다른 부서 직원은 거의 적이 된다. 부서간의 교류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세번째는 휴대폰과 인터넷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사라진 대화. 네 번째는 술 취한 다음날 길게 쉬기. 한국 회사에서는 정기적으로 직장 회식을 하도록 하고 이것이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직원들 사이의 소통에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다음날에 정시에 출근해야만 하니 그 숙취로부터 제대로 일이 되겠는가?

다섯 번째는 실제보다 중요한 형식. 비공식적인 만남이나 대화에서 10분이면 할 수 있는 내용을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여 멋지게 보이도록 만든다.

여섯 번째는 덜 준비된 졸업생. 대졸 직장인은 엄청난 취업 경쟁에도 불구하고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 시험과 실제 경험의 결여라는 교육 체계에서 나오는 부작용으로, 젊은 졸업생이 강제적 자원 봉사 이외에는 업무 경험이 전혀 없이 직장에 들어온다. 서양에서 30살의 직장인은 대개 10년의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데 어떠한 교육으로도 이런 차이를 메울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는 바쁘게 보이는 기술. 업무에서나 사회적 상황에서나 한국인은 자신이 바쁘게 보이기를 바란다. 요즈음 한가하다고 말하는 한국인을 만나기는 힘들다. 바쁨은 바라는 상태이고 영광스런 훈장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