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거제조선 위기극복 시민이 말한다 ②

지난 2월 거제대학교 제7대 총장으로 취임한 전영기 총장. 국제선급활동과 해외영업을 두루 경험한 해사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있는 전 총장. 그가 바라보는 조선업에 대한 시선은 어떠할까?

지난 16일 거제대학교 총장실에서 만난 전 총장은 가장 먼저 부정적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 총장은 "언론이 조선업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계속하게 되면 당장 그 영향은 채권단에 미치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채권단이 기업을 도와주려해도 도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질수록 조선업 위기극복은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조선업 사양산업 규정은 어불성설

전 총장은 조선산업을 사양산업로 규정하는 일부의 주장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전 총장은 "조선산업이 활황일 당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망한 산업', '우리의 살길'이라는 말로 추켜세우기에 급급했다"며 "어려움에 부닥친 지금에 와서야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라고 말 바꾸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조선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라고 매도당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최고의 외화벌이는 조선해양산업

전 총장은 최고의 외화벌이 산업으로 조선해양산업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전 총장은 "반도체·자동차·전자 등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반도체 산업의 경우 벌은 돈의 70%는 반드시 재투자해야 하고, 자동차의 경우 1대를 수출하면 남는 돈은 1000달러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엄밀히 말해 조선산업 만큼 수출산업으로 외화벌이에 적격인 산업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조선소에 있는 도크는 거의 대부분이 30년이 넘었고 감가상각도 없다"며 "감가상각이 없다는 말은 벌어들이는 대로 남는 장사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조선업·해운업 선순환 시스템 만들어야

전 총장은 정부에서 조선업과 해운업이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대한민국 조선해양업계에 종사자 모두 꽉 막힌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질책했다.

전 총장은 정부가 조선해양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해운업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있는 우리나라 해운사들의 경우 컨테이너선 10척 정도만 보유하고 있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펀드 등을 조성해 해운사에 투자하고, 해운업계는 그 돈으로 우리나라 조선소에 발주를 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전 총장은 "우리나라는 조선업과 해운업이 사실상 단절된 상태"라면서 "공통의 관심사가 없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조선업과 해운업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좋은 배를 만들 것인지, 어떻게 효율을 향상시켜 선박 운영비를 절감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 총장은 "한국 해운업계에서 선박을 발주하고 기획할 사람들 중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서 "선박을 모르는 사람들이 선박 건조를 기획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구조조정 서둘면 기술유출 불 보듯

전 총장은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고급기술과 인력의 국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총장은 "정부가 지금처럼 무차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회사를 떠나야할 사람은 남고, 회사에 있어야 할 사람이 나가는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면서 "오갈 데 없는 사람은 희망퇴직을 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직에 20~30년 동안 종사한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되면 정말 암담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사실상 조선소 문을 닫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조선업 1위를 우리나라에 빼앗긴 일본의 경우 정부의 구조조정 속에서도 고급 기술자들은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이 때문에 일본 조선산업이 아직까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전 총장의 설명이다.

전 총장은 "한 동안 국가정보원에서 7대 조선특수기술 유출방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면서 "고급 인력이 필요한 신흥 조선국들의 경우 머릿속에 기술이 가득한 인력을 탐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조선업 우수인력을 유지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력풀을 만들어야 한다"며 "조선 신흥국이 컨설팅을 필요로 할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인력풀을 통해 선별적 기술이전 방식을 추진한다면 기술유출과 고급인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사별 특화 환영, 행정 근시안적 시각 아쉬워

전 총장은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며 국내 조선사들의 특화 전략은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밝혔다.

전 총장은 "일본의 경우 현재 중소형 조선소로 특화돼 있는 상태"라면서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설계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지시에 따라 규모가 큰 조선소에서 중소 조선소에 설계도면을 제공하고 수익의 일부를 받는다는 것이다.

전 총장은 또 조선업의 어려움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거제시의 근시안적 행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거제대학교를 비롯해 거제시, 지역 양대 조선사 등은 조선업 활황으로 타성에 젖어 있었다"면서 "행정의 경우 천혜의 자연자원을 활용하지 못한 채 난개발에만 몰두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 총장은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은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 1~2년만 참고 버티면 조선경기는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