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56년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점쟁이로부터 하늘이 당신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 때문에 비오는 날 벼락이 두려워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벼락의 걱정이 없는 어느 화창한 날 바닷가에 앉아 있다가 난데없이 하늘에서 거북이 떨어져 머리에 맞아 죽고 말았다. 이 거북은 독수리가 채어 날아가다가 지상에서 빛나고 있는 그의 대머리를 바위로 착각하고 거북이 등딱지를 깨려고 떨어뜨린 것이다. 참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2012년 10월 경북 고령의 한 아파트에서 황당한 사망사고가 있었다. 인천에 살던 주부 윤모(32)씨는 남편과 이혼소송 중 친정에 왔다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14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마침 그 밑을 지나던 한 남자가 깔려 죽었다.

남자는 조선족으로 4년 전 한국에 와 고령 산업단지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자기 집도 아니고, 누나의 집에 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체육복 차림으로 지나가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이런 게 날벼락이다. 키 160㎝에 몸무게 52kg인 윤씨가 14층 높이(약 40m)에서 떨어져 부딪혔을 때 상대가 받는 충격은 무려 20여t의 무게와 같다고 한다.

며칠 전에 또 다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던 대학생이 사회에 대한 열등감으로 투신하려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는데 하필이면 그 시각에 그 밑을 지나가던 전남 곡성군청의 한 공무원이 봉변을 당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남편의 죽음을 곁에서 아내가 뻔히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로또 1등이 될 확률이 1/814만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죽으려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는데 마침 그때 그 아래를 지나가다가 부딪쳐 같이 죽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벼락 맞는 것보다 어렵고 로또 1등보다 더 어려운 확률이다. 그런데도 그런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운명이 마치 힙합 라임 맞추듯 딱딱 맞춰진다는 게 두렵다.

살아 있다고 하지만 우리 모두는 죽음의 선고를 받은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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