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시민리포터

▲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저는 이 6월을 맞이하면서 유대인 소설가 엘리위젤이 쓴 자전적 소설 '밤(NIGHT)' 속에 나오는 하나의 사건을 소개하면서 오늘 우리의 삶을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소설속 배경인 독일 아우슈비츠포로수용소에 잘 공급되던 전기가 갑자기 끊어져 암흑세계로 변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독일 히틀러의 친위대들이 조사를 했고 그 결과 세 사람의 주모자들이 체포됐습니다. 범인으로 체포된 사람은 장년 두 사람과 함께 소년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은 연병장에 높이 세워 둔 교수대에서 공개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두 장정은 몸이 무거워 빨리 생명이 끊어졌지만 어린 소년은 30분이 지나가도 죽지 않고 심한 고통을 당하면서 몸부림만을 쳤습니다.

이것을 바라보고 한 유대인이 하나님을 향해 절규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하나님이 죽으셨습니까? 살아 있습니까? 지금 이 순간 고통을 당하면서 죽어가고 있는 이곳에서 하나님은 어디로 갔으며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하고 부르짖었습니다.

그러자 저자 엘리위젤의 귀에 작은 음성이 들려 왔습니다. "하나님이 어디 있는 줄 아느냐? 하나님은 바로 저 교수대 위에서 목이 매달린 채 죽어가고 있는 저 소년과 함께 고통을 당하고 있단다." 그래서 20세기 최고의 독일신학자 몰터만은 하나님은 가리켜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 이라고 했습니다.

이 죽음의 수용소에 프리츠라는 소장이 부임해 왔는데 그는 인간 백정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만약 한 사람의 탈출자가 생기게 되면 수용소 안에 있는 열 사람의 무죄한 자를 아사감방에 넣어 굶겨 죽이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의 탈옥자가 생겼습니다. 결국 그를 잡지 못하자 소장은 수용소포로들을 연병장에 다 모아 놓고 무작위로 지명해서 열 사람을 잡아 아사감방에 가둬 죽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때 한 사나이가 말합니다. "저 형제를 놓아주고 나를 잡아가시오. 나는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며 처자도 없으니 내가 저 사람을 대신해서 가겠소. 저 사람을 놓아주시오"라고. 그 순간 아우성치며 소란스러웠던 연병장이 아주 조용해졌습니다. 소장이 말문을 엽니다.

"너는 누구냐?" 그때 그 사나이가 "나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진 것을 믿는 사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 뒤를 따르려는 사람입니다. 나는 주님과 함께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못해 부끄러운 죄인으로 산 사람인데 이번에야말로 내가 그 사랑을 한 번 실천해 보렵니다." 이 사람은 바로 막시 밀리안 꼴베였습니다.

그날 이후 포로수용소는 지옥과 같은 고통의 현장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며 위로하고 섬기며 봉사하려고 하는 아름다운 공동체, 천국과 같은 섬김의 현장으로 점점 변화돼 갔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거제, IMF를 경험하지 않은 우리 거제에 많은 어려움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거제를 대표하고 있는 기업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유익만을 추구하며 자신만이 살고자 한다면 우리 거제는 희망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를 때 일수록 우리 모두는 이웃과 주변을 돌아보며 더불어 살고자 하는 자세를 소유해야 합니다. 나 아닌 너를 위해 많은 사랑과 관심을 표할 때입니다. 공동체를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줄 때입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 속에서 희생하며 헌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야 할 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악으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고 심판과 멸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인류의 죄악을 친히 담당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셨던 것처럼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할 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무릇 자기 목숨을 보전하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잃는 자는 살리리라"(눅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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