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성이 기자
'배 밭에서는 갓끈을 고쳐 묶지 말고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신지 말라.' 괜한 오해를 부를 행동은 애초부터 하지 말라는 우리나라 속담이다.

이미 6개월이 지난 거제수산업협동조합 공채시험에 대해 세간에서는 온갖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모 언론에선 거제시 고위공직자 자녀의 거제수협 공채합격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에 여론은 '공직자 자녀들의 합격에 문제가 있다'와 '우수한 인재였기에 문제가 없으며 도리어 역차별'이라고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을 보였다.

거제수협은 지난해 수협소식지를 통해 공채 채용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근속년수가 상대적으로 긴 지역출신의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함이라고 했다.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계약기간이 만료된 계약직 직원들 모두 재계약을 파기하고 공채시험에 응시할 것을 권유할 만큼 공채시험제도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로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는 상황에서 거제수협의 인재가 되기 위한 133명이 응시를 했다. 이들 모두는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 이들 중 4명이 개인사유로 중도 포기했고 129명이 2차 필기시험을 봤다.

그리고 최고득점자인 98점부터 필기시험 점수 순으로 48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48명의 인원은 면접관의 주관적 점수만으로 16명이 추려져 신입직원으로 채용됐다.

시험에 응시했던 익명의 제보자는 "면접시험 전부터 고위공직자 자녀가 이번 시험에 함께 응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채용인원이 16명이 아닌 15명으로 생각하면 되는 일이었다"며 "면접점수도 필기시험 등수도 알지 못한 채 3차에서 떨어졌다. 성적에 자신했던 시험의 탈락충격은 한 달간 심한 우울증으로 나타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고위공직자의 자녀였으면 떨어졌을까요?"라고 되물었다.

'공채'는 '개천에서도 용 날 수 있는' 청년들의 또 다른 희망이다. 이 희망이 꺼지지 않으려면 '공채'만큼은 불합격자도, 합격자도 납득할 수 있는 심사를 거쳐 선발돼야 한다.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적어도 '공채'에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거제수협 김선기 조합장은 "6년 만에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된 채용시험이었다"며 "특채보다 못한 공채는 있을 수 없고 공정한 심사였다"고 말했다.

거제수협의 6년만의 공채는 지역 농·수·축협과 관변단체들의 채용의혹이 심각한 현실에서 자랑일 수 있다. 그리고 48명을 필기시험으로 선발하는 과정까지는 문제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종 선발과정에서 '면접관의 주관만으로 선발됐어도 공명정대한 공채였다'는 수협의 주장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 타 기관의 공채에서는 부정과 의혹을 없애고 주관적인 면접만으로 당락의 결정을 보완하기 위해 필기점수와 면접점수 비중을 비슷하게 둔다.

서류심사·필기시험을 통해 2차까지 공정한 심사를 진행했던 거제수협이 주관적인 면접심사로 당락을 결정지음으로써 한계를 넘지 못하는 모습에 씁쓸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행위가 결국 고위공무원 자녀들의 우수성 유무와는 상관없이 이들에게도 오명과 불명예를 껴안게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또한 이들 역시 배밭과 오이밭에 가서 갓끈과 신발끈은 묶는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익명의 제보자는 이 말을 덧붙였다. "지난 수협공채가 사전에 합격자를 선정해놓고 면접을 실시해 합격자를 뽑은 것이라면, 철저한 수사와 감사가 착수돼야 할 것이다. 그들을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행위로 힘든 청년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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