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남 어르신 인터넷 과거시험 1위 옥상윤 어르신

버스를 타러 집을 떠나기 전 옷 매무새를 다시 만지며 서울 사는 딸아이가 노인냄새 방지용이라며 사다준 향수를 양 어깨에 두 번 뿜는다.

셔츠 주머니 속 자격증이 들어있는 지갑을 어루만지듯 쓰다듬고는 가슴을 다시 한 번 펴 본다. 79세의 나이는 없다. 자신을 29살이라 칭하는 늙은 청년은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오늘도 배움을 위한 길을 나선다.

지난 5월19일 경상남도는 어르신들에게 정보화학습의 동기 및 성취감을 부여하고 인터넷활용을 통한 삶의 질 향상, 세대간 정보격차 해소라는 목적에서 '2016 경남 어르신 인터넷 과거시험'을 실시했다.

거제시에서는 제1부문(75세 이상)에 3명, 제2부문(65~74세)에 3명, 제3부문(55~64세)에 2명 등 총 7명이 출전해 경남 전 지역 80여명과 함께 경쟁을 벌렸다.

옥상윤씨(79·능포동)는 제1부문에 거제대표 실버네티즌으로 참여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옥 어르신은 오는 21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리는 '국민행복IT 경진대회' 고령자부문에 경남지역 대표로 출전해 전국 예선대회 합격자 168명과 함께 최종 실력을 겨루게 됐다. 컴퓨터 입문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70이 넘어서면서도 한자2급 자격증을 따고 주위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고 있던 그는 5년 전 시에서 무료로 컴퓨터를 가르쳐준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 나이에 배워서 뭐하게?', '됐어 머리아파' 등의 주위반응을 뒤로 하고 거제문화원에 신청을 했다. 형편상 가져보지 못한 컴퓨터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나이만의 이유로 놓치기엔 호기심이 컸다.

하지만 넘치는 호기심에 비해 그의 굳어버린 손과 머리는 느리게만 반응했다. 자판의 위치를 외우기 위해 손으로 그려 집에서도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도 외우고 또 외웠다. 그렇게 시간은 갔다. 주위 사람들이 문화원에 출근하는 그를 향해 '공부한다면서 어떻게 돼가?'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그래서 그 뭔가가 자격증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터는 본격적인 공부에 매달렸다. 한글ITQ 자격증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A등급을 받아 쥐었던 지난해 12월은 옥 어르신에겐 지금도 최고의 날로 기억된다. 그 노력이 75세 이상 어르신부문에서 우승이라는 성적을 만들어낸 밑거름이 됐을 터이다.

옥 어르신은 "작년 ITQ 자격증을 받고 나서는 펄펄 날아다닌다. 술을 먹어도 술맛이 난다. 남이 알든 말든 나 혼자서 신이 난다"며 "항상 가슴에 품고 있는 자격증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보여주기도 하는데 친구들은 보여줘도 모른다. 설명해 줘도 그렇다"며 은근 자랑이다.

오는 21일 치러지는 시험에 대한 준비도 한창이다. 아침 6시부터 경로당에 나와 오전 8시까지 시험공부를 한 뒤 아침을 먹는다. 이어 오전 9시 엑셀을 배우기 위해 버스를 타고 거제문화원으로 향한다. 경남지역 최고의 선수이기에 자신감도 넘친다.

옥 어르신은 "대회에 나오는 친구들과 당당히 붙어보고 싶다"며 "시험이 끝나고 나면 잔치 비슷한 것이 있는 모양인데 입상자들은 노래도 한곡 불러야 한다고 해 내 18번인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준비하고 있다"고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여든을 눈앞에 둔 옥 어르신의 인생에 새로운 활력소가 돼주고 있는 컴퓨터는 이제 그의 전부다. 시험에 대한 떨림과 설렘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사는 재미가 있는 지금의 현실이 행복하다는 옥 어르신.

시험이 끝나고 나면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가르치는 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옥 어르신의 꿈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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