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고 2학년 교실. 학생들의 역사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5.16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60%가 넘는 학생이 '전두환'이라고 답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애국단 일원으로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본의 전승축하 기념식에서 도시락폭탄을 던진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안중근'이라는 대답이 40%였다. 장개석 총통이 "중국의 백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탄복한 이 역사적인 사건에 정답은 아니지만 '안중근'이라는 이름이라도 알고 있어 다행이다.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한 설현과 지민은 갇힌 방에서 탈출하기 위해 한국의 위인들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추는 게임이 있었다.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안창호 선생님 맞나요?"하자, 제작진이 '이토 히로부미'라는 힌트를 주자 튀어나온 말이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이었다. 연예인이 엉뚱한 대답을 통해 백치미를 보이는 것과 나라의 중요한 역사적 사실에 관련된 상식의 무지와는 구별돼야 한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을 '기린'이라 하거나, '토사구팽'을 '토사구탱'이라는 등 낱말 한두 개 알고 모르는 것과 역사인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6월6일은 조국광복과 국토방위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들의 충정을 추모하는 날이다. 미국에서는 현충일을 'Memorial Day' 즉  애국선열들을  '기억하는 날'이다. 유월절은 유대인들이 출애굽을 기념하는 날이다. 지금도 유월절이 되면 조상들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먹었던 딱딱하고 효모가 들어가지 않은 빵을 먹으며 그때의 고통을 기억한다. 유월절 만찬을 가족과 함께 하며 어른들은 유월절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준다. 이에 비하면 우리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은 가정과 학교 모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직장인에게는 '빨간 날'이고. 학생들에게는 '노는 날'이 돼버린 현충일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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