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순

고향이라는 말은 누가 만들었을까? 언제나 고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느 틈에 눈가엔 눈물이 고이는 것은 왜일까? 강물이 흘러가듯 세월 속에 잊을 수 없는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그려본다.

푸른 봄 잎과 노란 가을의 포플러 잎을 함께 마음에 담아 고향에 심고 싶다. 따뜻한 햇볕에 봄눈 녹아내리듯 내 가슴에 몽올몽올 고향의 꽃이 피고 안개꽃처럼 아롱아롱 눈에 어리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아름다운 내 고향, 동구 밖 뛰놀던 친구를 기다리며 내 마음은 벌써 고향에 와 있다.

포플러 잎을 찾아 마음의 고향에 심으리라. 흘러가는 세월이 안타까울수록 고향이 그리워진다. 옛 친구여, 고향으로 돌아오라! 파란 추억이 담겨 있는 너와 나의 고향에 마음을 심자. 오늘은 내 마음이 자꾸만 고향 길을 달려가고 있단다. 매우 행복했던 그 어린 시절을 잊을 수 없구나. 고향이란 말을 누가 지었을까? 눈 녹는 봄날처럼 따스한 가슴에 몽올몽올 고향의 꽃이 핀다.

안개꽃처럼 아롱아롱 눈에 어리는 아름답던 고향 길이 매우 그립구나. 그 옛 고향으로는 돌아갈 수 없지 않은가? 길가에 줄지어 서 있는 포플러 잎은 노랗게 물들었다. 가을바람 우수수 불어오던 날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아쉬움에 울던 고향 길, 포플러에 내 인생을 그려 본다.

우리가 세상을 등지고 갈 때 곱게 떠날 수 없을까? 욕심이다. 늙어 가면 다시 아기가 된다더니 나도 동심으로 돌아갔나? 이런저런 마음이 뇌를 움직인다. 내 마음은 항상 고향에 있다. 봄에 노래하는 버들피리 소리가 귓전에 돈다. 포플러 이름도 아름다운 가지와 잎이 아주 큰 나무, 가을에는 노랗게 단풍이 들어 더욱 아름다웠다.

지난가을 부모님 산소 찾아 고향 양지바른 언덕에 올랐었다. 달려간 고향의 옛 모습은 넓은 들길을 달리는 그립던 산천이다. 그러나 가로수의 아름답던 풍경은 오간 데 없고, 들길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리던 고향 아닌 타향으로 변해 있었다. 차가 고향 문턱을 들어서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아버님이 계신 산, 나지막한 산이지만 산림이 울창하며 들판 쪽으로 쭉 뻗은 산이다. 나는 어릴 적에도 그 산을 이렇게 보고 있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예날 생각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산을 보며 부모님을 만난 것처럼 훈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집터가 어디인지 논밭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경로당으로 갔지만 사람 하나 없었다. 주변에는 옛집이 몇 채 보여 그 중 안면이 많은 집을 들어가니 언니의 친구가 나를 알아보고 오래 살아 너를 만나는구나 하면서 보듬고 한참 울었다. 점심을 얻어먹고 음료수와 과자를 사들고 다시 경로당으로 갔다. 모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의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 옛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처절하게 가난했던 지난 날 칡과 쑥으로 연명하던 이야기 소나무 껍질로 피죽을 끓여 먹고살던 이야기며, 동네 인심이야기와 모두 굶주리며 살았던 이야기뿐이다. 지금은 큰 부자 동네가 된 것 같았다. 대부분이 내 이름도 알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며 너의 어머님 얼마나 어진 분이라는 것과 잘산다고 자기를 내세우는 것을 본 적 없다며 어머니의 이야기꽃을 피웠다. 듣기 싫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옛집이 있던 곳을 가보았지만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들 가운데 넓은 마당을 가진 집, 어머니와 우리가 살던 집은 4칸 큰 집이었고 아버지와 손님들이 계시는 집을 사랑채라고 했다.

바깥마당에는 일꾼들이 있는 집이 모두 여러 채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알아볼 수 없었지만, 부모님의 영혼이 담겨 있고 고향 사람들이 남아있는 내 고향, 울면서 반겨주는 아름다운 마을들, 아버님 넓은 가슴 어머니 그 따뜻하던 품속에 노랗게 물던 포플러의 잎을 찾아 파랗고 노란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마음을 고향에 심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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