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가슴에서 배꼽까지 깊게 파인 칼자국 위로 흘러넘치는 내장, 입 안에 가득 채워 놓은 동물의 배설물, 죽은 자의 피를 마시고 버린 요구르트병이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인근 주택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난도질당한 30대 여성의 시체가 또 다시 발견된다. 여자들은 범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197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사랑하는 여인이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일으킨 일로, 범인 듀안 샘플즈는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과 장학생으로 지능지수 상위 5% 내에 드는 수재였다. 이 사건으로 '범인 프로파일링'이라는 신 수사기법이 생겨났다.

자신의 첫사랑 스테파니와 비슷한 이미지의 여성들만 골라 10여 년간 30여 차례나 살인을 한 테드 번디는 살인 후 시체에게 성적인 욕을 보이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잔인한 살인범답지 않게 깔끔하고 지적 능력까지 겸비한 청년으로 연쇄살인의 귀공자로 불리기도 했다. 1989년 사형 당했다.

뉴욕 밤거리, 호젓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사랑을 나누는 데이트족만 골라 하룻밤에 6명의 여성을 살인한 데이비드 버코위츠는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뉴욕 시내에서 1488차례나 방화를 저질렀고 이를 자신의 '방화일지'에 상세히 기록해 놓기도 했다.

사생아로 태어난 버코위츠는 어려서 양부모에게 입양됐고, 14살 때 생모를 찾았지만 찾아온 것을 탐탁찮게 여기는 생모와 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여자에 대한 증오심이 폭력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그는 적합한 범행 대상이 눈에 띄면 차에 다가가 다짜고짜 총으로 여자를 쐈다. 총을 쏘면서 성적 흥분을 느꼈으며. 시체를 옆에 두고 자위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버코위츠는 아직도 복역 중이다.

17일 오전 1시10분쯤 서울 강남역 유흥가 3층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한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은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온 것이 이유라고 하는데, 무시당하지 않았다면 여성혐오는 없었을까? 대답은 노(no)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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