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10년이 되는 해였다. 진주에 사는 김화라는 사람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선의 법도에 역모와 패륜은 교형·참형·능지처참으로 벌했는데, 교형은 목 졸라 죽이는 것, 참형은 목 잘라 죽이는 것이다. 능지처참이라고 부르는 능지형(凌遲刑)은 칼로 살점을 수천 번 떼어내며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는 형벌이다. 능지형은 너무 잔인하다고 하여 시행된 적이 없고, 죄인의 팔과 다리·머리를 각 방향으로 소와 말이 끄는 수레에 묶어 찢어 죽이는 거열형(車裂刑)이었다.

패륜이란 자식이 부모살해, 아내가 남편살해, 노비가 주인을 살해하는 경우다. 세종임금은 김화의 사건을 보고 백성들에게 형벌보다 예방이 더 좋다고 여겼다.

"내가 삼강행실을 번역해 민간에 반포하면 어리석은 백성이 쉽게 깨달아서 충신·효자·열녀가 무리로 나올 것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백성의 대부분이 문자를 모르니 내용에 맞는 그림을 넣었지만 그림만으로도 완벽한 이해가 어려워 훈민정음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설이 있다.

작년 국회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간 패륜범죄가 9만 4천여 건에 달하는 데 그중 부모살인이 544건, 부모폭행이 5537건이었다. 올해는 하필 어버이날 끔찍한 참극이 벌어졌다.

광주에서 70대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40대 남매가 체포됐다. 이들 남매는 준비된 범행이었고, 대용량 쓰레기봉투에 시체를 유기하려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심지어 "시민으로서 떳떳하게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지난 총선이 있었던 밤 안산 대부도에서는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토막을 내어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쓰레기장에 유기하는 사건이 있었다. 시신의 훼손 이유를 묻자 당당하게 얼굴을 공개한 채 "혼자 들기가 너무 무거워서 절단했다"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저런 거구나 하고 느껴진다.

왜 세상은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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