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 칼럼위원

▲ 박세진 대우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필자가 초등학교 2학년쯤 되던 어느 날, 양쪽 귀밑과 턱 밑이 부어올라 굉장히 통증이 심하고 음식물 씹기도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너 '항아리 손님'에 걸렸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결코 반갑지 않았던 손님으로 기억한다.

최근 양쪽 귀밑이 붓는다고 오는 환자들이 가끔 있다. 바로 '항아리 손님'인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볼거리(mumps) 혹은 유행성 이하선염이라 불린다. 볼거리는 paramyxovirus과에 속하는 RN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데 무료 예방접종을 시행하기 전에는 주로 5∼10세의 학령기 소아에게 발병했지만 예방접종 시행 이후에는 15세 이상 청소년들도 걸리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주로 침·비말에 의해 전파되는데 잠복기는 약 2∼3주이며, 가장 전염력이 높을 때는 귀밑샘이 붓기 1일 전부터 부종이 생긴 후 5일까지이다. 바이러스에 감염 되더라도 무증상부터 발열·두통·구토 등 전구 증상이 나타난 후, 침샘 비대와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 잘 낫지만 합병증으로 뇌수막염·췌장염·심근염·신장염 등이 생길 수 있고 고환염·난소염도 발생하나 불임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므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볼거리 예방을 위해 보통 1세 경, MMR(볼거리·홍역·풍진) 예방접종을 하게 되며 4∼6세에 2차 접종을 한다.

MMR 예방접종과 더불어 수두 예방접종도 같이 하게 되는데 최근 진료실에서 수두환자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수두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에 처음 걸리면 수두라고 하며, 지각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 재발하면 대상포진 증세로 나타난다.

최근 17세 여학생이 수두 바이러스에 감염돼 내원했는데, 왼쪽 팔과 겨드랑이·가슴에 물집이 생기고 통증이 극심한 대상포진 양상으로 발생해 입원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다.

수두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매우 강해 조심해야 하는데 수포액 접촉 전파뿐만 아니라 공기 전파도 가능하다. 특징적인 발진은 구진·수포·농포·가피(딱지) 순으로 진행하는데 딱지가 생기면 전염력이 떨어진다. 피부 발진은 가려우므로 긁게 되는데 긁으면 2차 세균감염 및 흉터가 생기므로 긁지 않도록 한다.

지난달 18일 질병관리본부는 수두와 볼거리 환자가 늘어나는 봄철을 맞아 어린이집·유치원, 초·중학교 등에서 수두와 볼거리가 집단으로 유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켜야 하는 예방수칙을 발표했다.

수두와 볼거리는 유행성 호흡기 감염병이므로 전염기간 동안 등교를 해서는 안 되며, 수두는 모든 수포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볼거리는 증상이 나타난 후 5일 동안 격리한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비누로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손이 아닌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볼거리와 수두 의심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보건 교사에게 알리고 환자는 다른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곧바로 가까운 의료기관으로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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