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먹는 설탕의 달콤한 맛 뒤에는 눈물겹도록 잔혹한 역사가 숨겨져 있다. 18세기 런던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유행했던 커피하우스의 차 마시는 습관이 점차 일반가정까지 파고들면서 설탕의 소비량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이에 따라 설탕은 유럽에 가장 큰 부를 가져다준 품목이었다.

설탕의 대부분은 브라질과 카리브해역(서인도제도)에서 생산됐는데 유럽의 자본가들이 거액을 투자해 거대한 플랜테이션을 만든다. 플랜테이션은 원주민의 값싼 노동력과 본국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농장과 공장이 결합하는 기업형 농업 경영방식을 말한다.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 재배는 중노동이 필요한 노동집약형 산업이다. 특히 수확 때 짧은시간 내 벌채해 빨리 즙을 짜지 않으면 설탕의 양이나 질에 문제가 생기므로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더구나 설탕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거둬들이는 양으로는 어림도 없자 대단위 농장을 만들고 여기서 일할 노동자의 충당을 위해 아프리카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노예무역이 탄생하게 된다.

유럽 상인들은 노예의 얼굴·어깨·등에 낙인을 찍고 두 손과 다리를 사슬로 묶은 채 무역선에 태워 운반했다. 비좁은 배 안에서 운신도 못할 만큼 빼곡하게 실은 탓에 환자가 발생하면 전염을 염려해 산 채로 바다에 던져 버렸다. 역사학자들의 추정에 의하면 설탕 때문에 많게는 200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인이 노예무역으로 희생됐다고 보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과 마음이 지치면 '당이 당긴다'고 할 만큼 단맛은 마음의 안정과 에너지원으로서 효과가 있다. 그러나 최근 설탕이 비만과 당뇨 등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한 '단맛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도 지난달 7일 덜 달아도 맛있는 레시피를 보급하고 당류 저감기술개발, 설탕세 도입 등 2020년까지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단맛을 줄이세요, 인생이 달콤해집니다'라는 슬로건이 퍽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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