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칼럼위원

▲ 천창수 지세포제일교회 목사
보리스 코른펠드는 구 소련의 수용소에 수감됐던 러시아계 유대인 의사였다. 코른펠드는 수용소에서 신실한 그리스도인을 만나게 됐는데 그는 메시야에 대해 늘 말했고 종종 주기도문을 큰소리로 외웠다.

코른펠드는 그 단순한 기도문에서 묘한 진리의 울림을 들었다. 코른펠드는 평소 아주 혐오하던 한 간수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복수를 계획했지만 간수의 동맥을 봉합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 동료 수감자에게서 들어왔던 말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코른펠드는 수용소 의사로서 몹시 고되고 희망 없는 작업을 하는 동안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를 반복했다.

수용소 의료부 의사들은 수감자들 중에 당국의 비위에 맞지 않는 자들을 좁고 어두운 고문실인 독방으로 이뤄진 처벌실로 보내기 위한 진단서에 서명하도록 돼 있었는데, 그 서명은 해당 죄수가 그러한 징벌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건강함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물론 위증이었고, 독감방에 갇힌 수감자 중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코른펠드는 모든 의사들처럼 지금까지 자신 몫의 진단서에 서명해 왔지만, 주기도문으로 기도를 시작한 이후 진단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했다. 코른펠드의 반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수감된 환자의 빵을 훔치는 당번 한 명을 고발했다.

당번은 수감자 가운데서 차출돼 당국에 협조하는 수감자들의 '배신자들'이었다. 당번을 고발함으로 목숨이 위태롭게 된 코른펠드는 불안 속에 지내야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에게는 엄청난 자유가 찾아왔다.

그는 이제 자신이 발견한 순종과 자유함의 새로운 삶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고, 어느 흐린 오후에 대장암 수술을 마친 환자 한 명에게 그날 오후 내내 그리고 밤늦게까지 자기가 그리스도인이 된 것과 새로 발견한 자유함에 대해 말했다. 그날 밤에 코른펠드는 살해 당했다.

그러나 코른펠드의 고백은 죽지 않았다. 그 고백을 들은 젊은 환자는 그리스도인이 됐고,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전 세계에 증거했던 것이다. 그 환자의 이름은 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러시아의 소설가 알렉산더 솔제니친이다.

코른펠드는 한 덩이의 빵을 훔치는 것을 목격하고 고발해 겨우 그것 때문에 생명을 잃은 사람이다. 그가 진단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한 일, 부패한 당번을 고발한 일, 중태 환자에게 몇 시간씩 자기의 신앙을 고백한 일들은 모두 무모한 일 같고 어리석은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한 사람의 순종을 취해서 그를 당대 최고의 영향력 있는 작가가 될 인물을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하는 데 사용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에게 요구하는 것은 상황이 어떻든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관계없이 순종하는 것이다. 구약의 위대한 인물들 중 대부분은 그들이 믿고 의지해 왔던 약속들이 성취되는 것을 보지도 못한 채 죽었다(히11장).

그리스도인으로 영국의 하원의원이며 노예제 폐지 운동의 지도자였던 윌리엄 윌버포스는 노예제에 반대해 50여 년이다 투쟁을 벌이다 기진해 죽었다. 그가 죽고 난 다음에야 대영제국은 노예제를 폐지했다.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순종의 본질은 상황이나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주어지는 것이다. 예수님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고 순종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의 기초이다.

우리는 어떻게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순종을 통해서 온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우리의 믿음이 깊어지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성숙한 믿음은 그저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살아내는 것, 즉 실천하는 것이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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