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 전경

한국 조선산업의 수주가뭄 현상이 길어지면서 대우조선해양 미래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우조선을 지금 상태로 유지하면 다른 조선사의 생존까지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고 문을 닫게 하면 거제 지역경제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다른 조선사와의 합병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지만, 문제는 대우조선을 사겠다는 조선사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다른 대형 조선사와 대우조선이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최선이지만 당사자들이 모두 거부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22일 말했다.

대우조선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관리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의 일이다. 1990년대 말 이른바 '대우 사태'가 터지면서 대우조선의 전신인 대우중공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이듬해인 2000년 대우중공업을 대우조선과 대우종합기계로 나누고 두 회사에 출자전환을 했다.

산은은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 지분 49.7%를 보유하고 있다. 15년이 지난 2015년 밝혀진 대우조선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단 1년 만에 5조505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회사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5조660억원)보다 더 큰 규모다. 핵심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가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기록한 영업손실 일부를 2013년과 2014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재무제표를 수정하기도 했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4조2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지난해 10월 결정했다. 산은과 자산관리공사가 2000년 출자전환 형식으로 1조977억원을 투입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2분기에만 대우조선이 3조399억원(재무제표 수정 전 기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산은은 지난해 10월 4조2000억원을 투입해 대우조선을 우선 살리고, 이후 매수자를 찾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대우조선을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그대로 두기도, 문을 닫게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수주절벽'이 시작된 상황에서 국내 대형 조선사 3사가 경쟁하도록 두면 공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사의 지난 1분기 수주량은 총 17만1188CGT(표준환산톤수)로 1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조선사가 보유한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잔량은 지난달 말 기준 2759만2602CGT로, 2004년 4월 말(2751만9610CGT)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한국의 대형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같은 거제에 조선소를 갖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조선산업 규모를 확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처한 경영환경도 나쁜데 대우조선까지 떠안을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의 대출 일부에 대해 채권단이 출자전환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을 설득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 '빅3'가 나란히 규모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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