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반 불황 시달리며 정부 주도 조정 시작될 듯

우리나라 해운·조선업계에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좀비기업' 퇴출이 화두다. '좀비기업'은 사실상 파산했지만 정부지원으로 연명하는 기업들을 빗댄 말이다.

한계기업으로서 더 이상 지원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에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대규모 실직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시장 원칙에 맡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조선, 해운 등 업계 전반이 불황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운업체들은 여러 지역의 오랜 해운동맹을 깨고 명성을 얻었다. 조선업체들도 그동안 많은 노하우를 쌓은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임에도 부실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도마 위에 오른 건 대우조선해양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채권자여서 구조조정이 더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도 정부가 사실상 대주주인 만큼 과감하게 칼을 빼들어야 다른 기업들에게도 자극제가 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5조원이 넘는 추가지원방안을 발표했고, 이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이 주도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조조정은 '속도'가 핵심인 만큼 오래 끌수록 손해라는 시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좀비기업의 구조조정 지연은 정상기업의 고용증가율과 투자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추정했다. 결국 경제 전반의 역동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구조조정은 회사의 '주인'이 하는 행위다. 즉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서면 일이 쉬워지지만 동시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여서 이것저것 따져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보니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대우조선은 주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때문에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선 산업은행이 손실을 보더라도 민간에 주도권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대희 KDI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에 정책 초점이 경기 대응에 맞춰져 있었고,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만큼 국책은행이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민간에 권한을 넘기는 편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면 당사자들이 도덕적으로 헤이에 빠진다"면서 "정부주도 구조조정의 장점이자 한계"라고 전했다.

그는 또 "민간이 주도할 경우엔 해외자본에 놀아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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