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나라 선왕은 피리(우:   )합주를 좋아해 3백 명의 악사를 모집했다. 남곽(南郭)이라는 자도 용케 뽑혔는데 사실은 피리를 불 줄 몰랐다. 남곽은 소리를 내지 않고 다른 악사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나 아래위로 끄덕이며 연주하는 모습이 마치 훌륭한 악사처럼 보였다. 선왕이 죽고 즉위한 민왕은 합주보다 독주를 좋아해 한 사람씩 돌아가며 왕 앞에서 불도록 시켰다.

왕을 속인 죄가 얼마나 큰지를 아는 남곽은 차례가 되기 전에 도망가고 말았다. 이를 두고 한비자(韓非子)는 '남우충수(濫 充數)'라 했다. '재간도 없는 사람이 끼어들어 머릿수만 채운다'는 뜻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실력이 없으면서 전문가인양 행세하는 자들이 너무 많다.

콧수염, 지팡이, 펑퍼짐한 술통바지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영국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Chaplin)이 여행 중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나게 됐다. 마침 그 마을에서는 '채플린 흉내 내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채플린도 슬쩍 그 대회에 출전했지만 진짜 같은 가짜에 밀려 겨우 3등 했다. 가짜가 더 진짜 같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황소그림 대가의 전시회에 평론가들이 좋은 그림이라며 칭찬하기 바빴다. 그런데 한 목동이 "순 엉터리 그림이네요. 소가 싸울 때는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꼬리를 가랑이 사이로 내리게 되는데 어째 이 그림은 꼬리가 하늘로 치켜들고 있지요?" 하고 묻자 전문가라고 자처하던 평론가들이 대답을 못했다.

세계 최고의 예술품 감정사였던 토마스 호빙이 은퇴하며 "그동안 미술품 약 5천점을 감정했는데 이 가운데 무려 40%는 위조품이거나 위작이었다"고 공개했다. 그만큼 위조품과 진품의 간극이 크지 않다. 따라서 미술계에선 어제까지만 해도 수십억 대를 호가하던 작품이 하루아침에 위작으로 판명되어 쓰레기가 되는 해프닝이 자주 일어난다.

지난 14일 고미술품 전문가인 척하면서 가짜 불상과 골동품 12점을 국보급 문화재로 둔갑시켜 180억원에 판매하려고 하다가 들통 난 사건이 있었다. 세상에는 진짜 같은 가짜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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