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경 유럽 사람들은 인도를 황금이 가득한 꿈의 나라로 여겼지만 험난한 사막과 산맥이 가로막혀 있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렵고 힘든 육로 대신 뱃길을 생각해낸 사람이 콜럼버스다.

1492년 8월 에스파냐 이사벨라 여왕의 후원으로 인도를 향해 떠난 콜럼버스는 69일 후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이라는 신기원을 이루지만 이는 유럽인의 시각일 뿐 신대륙이 아니라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땅이다. 남의 집에 쳐들어가서는 새집을 발견했다고 우기는 꼴이다.

콜럼버스는 거기가 당연히 인도라고 여기고 지명을 인도라 했고, 원주민도 인도사람이라는 뜻으로 '인디언'이라 불렀다. 인디언들은 연기가 신에게 보내는 신호로 여기고 제사나 기우제 때 연기를 피웠다. 마치 우리가 제사 지낼 때 향을 피우는 것과 같다. 그런 탓에 연기를 내는 담배 또한 존경과 평화의 상징이었다. 마을에 방문객이 오면 먼저 담뱃대를 돌아가며 빠는 행위로 적의가 없음을 표현했다.

그들의 땅에 나타난 침입자들에게 원주민들은 평화를 기원하며 담배를 권한다. 담배를 본 콜럼버스는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하며 유럽에 전하면서 떼돈을 벌었고, 유럽 사람들은 담배의 무서운 환각작용과 쉽게 끊을 수 없는 중독에 빠지자, 엉뚱하게 인디언들이 백인들에게 담배를 가르쳐 서서히 죽게 하려고 했다며 '인디언의 저주'라고 덮여 씌었다.

정부는 2015년 1월부터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소비량을 34% 줄이겠다며 담뱃값을 2000원 올렸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더니 연말이 되자 평년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했고, 2016년 담배로 인한 세수는 10조를 훨씬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정부가 국민건강보다 증세를 위해 담뱃값을 인상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흡연율 43%에서 29%로 줄이겠다며 담뱃갑에 실을 무시무시한 경고그림을 공개했다.

'이래도 피울래?'라는 으름장에 골초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담배가 참으로 끊기 어려운 유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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