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이번 주 문화예술계의 이슈는 작곡가이자 공연기획자인 류재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기한 '국가 예술 지원의 비리를 고발합니다'라는 의혹성 글이다.

이 글을 한 매체가 보도하면서 문화예술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류씨는 작곡가로서 상당한 성과를 이뤄낸 인물로서 폴란드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고 서울국제음악제의 기획자로서, 예술경영인으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해오고 있다. 재작년엔 인근 진주에서 개최되는 이상근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참여해 이전에 지지부진했던 음악제를 일거에 의미 있게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또 예전엔 난파음악상의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홍난파의 친일 전력과 과거 이 상이 공정하게 운영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상을 거부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본인의 개성이 분명하다 보니 류씨의 글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가 제기한 국가의 예술지원과 관련한 정책이나 과정이 만에 하나라도 실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면 이것은 절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공적 범죄 행위이다.

류씨는 글에서 예술위원회가 국회의원 등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특정 행사에 지원을 해주기 위해 심사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펴는 데는 심사에 참여한 복수의 위원들로부터 정보를 입수했고 예술위 직원들의 고백도 확보한 듯 보인다.

물론 이들이 이 문제가 법적인 판단까지 구해야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류씨의 편이 돼 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본인도 "뒷감당을 어떻게 할려고 그러느냐"며 걱정하고 만류하는 지인들이 있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의혹의 진위를 떠나 국가 예술지원의 효율성과 적정성 그리고 투명성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많은 예술인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훌륭한 문화콘텐츠와 국가의 선정 콘텐츠 간의 괴리가 늘 상식 이상으로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투명성이 담보되지 못하다 보니 예술인들의 술자리 뒷담화 정도에서 그치기 일쑤여서 공론화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이왕 의혹이 제기된 만큼 예술위나 문광부의 적극적인 해명이나 개선의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현재의 국가 예술지원 시스템은 문광부로 대변되는 정부의 직접적인 관리나 지원 방식이 아닌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또는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산하기관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전문성과 창의성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으나 기관장의 임용에서부터 운영방식을 들여다보면 독립성이란 가치를 실현시키기에는 당초 무리가 있는 구조처럼 보인다. 극단적으로 보면 명분이나 성과는 정부가 챙기고 궂은일은 산하기관에 맡겨 책임을 피해 보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술가 집단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취약 계층이다. 더구나 일부 스타급 예술인을 제외하곤 대부분 국가의 공적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중적인 지지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국가의 예술지원 시스템은 어쩌면 유일한 예술활동의 젖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시스템이 무너지면 우리의 예술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간간이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어디 어디를 지원하라"는 압력도 있지만 "어디 어디는 지원에서 배제하라"는 찍어내기 행태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불신이 가중되고 로비가 성행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라도 로비가 아닌 예술적 잣대로 국가예술지원의 대상이 선정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것이 문화융성의 첫걸음이다. 예술조차 저급한 정치적 로비의 프레임 속으로 가두어선 안된다.

돈 몇 푼으로 예술가의 자존심을 사고파는 국가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관변 예술인들만 잔뜩 양산시켜 무슨 문화창달이나 문화입국을 하겠는가.

이번에 류씨가 제기한 의혹의 양태는 사실 중앙이나 지방 다를 게 없이 그 동안 꾸준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다. 류씨의 글이 제한적인 이슈일 수도 있겠지만 예술적 성과에 대한 합당한 평가가 공감을 얻어 갈 수 있도록 착한 국가예술 지원의 틀이 갖추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예술위나 문화담당 공무원들의 애환도 모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바람직한 예술지원의 방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현실에선 이해의 정도와는 다른 결정을 유도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간단한 조언을 하고 싶다. 자신이 없으면 오픈하면 된다고….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