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관련한 소묘작품의 세계

양달석 화백의 소묘 작품들은 종군화가 시절(1950년-1953년)에 전장(戰場)의 실경을 사생한 스케치들로, 폭격에 의해 파괴된 건물들의 잔해를 통해 포연이 자욱한 전시의 현장감과 전황의 비극적 실상을 생생하게 폭로하고 있다.

'시가지 풍경'을 그린 소묘 두 점은 당시 거리의 건물들과 시민들의 모습을 그린 종군화가 시절의 작품들 이다. 작품 '피폭된 건물'의 경우,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의 잔해들 속에는 결코 일상적일 수 없는 비감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우마차와 자전거가 다니는 천연스런 거리의 풍경은 비록 아무리 전시라 할지라도 여전히 사람들의 일상은 존재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있다. 작품 '폐허'는 폭격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도시의 참상을 그렸다.

굵은 선조의 구사와 짙은 명암의 처리를 통해 전쟁의 비극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묘출해내고 있는데, 이는 6.25와 관련된 일련의 연작 소묘들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내용을 담고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사천'의 경우 역시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경남 사천일대의 풍경을 그린 소묘이다.

1960년대 이후의 정형적이며 양식화된 화면의 특질이 나타나기 전 화가의 사실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 시기의 소묘들은 투박하고 표현적인 필선의 구사를 통해, 전쟁의 참상에 대한 다큐멘트로서의 기능까지도 수행하고 있다. 우리의 근대미술에는 6.25에 대한 동시대적 증언이 거의 부재한 탓에 이러한 소묘들은 사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글 : 권용복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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