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남북간의 긴장상태가 최고조에 이르렀음에도, 공천문제로 정국이 어수선함에도, 이를 덮어 버릴만한 원초적 위협으로 우리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바로 알파고로 일컬어지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9일부터 펼쳐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현재 2번의 싸움 모두 이세돌이 불계패하며 알파고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이 글이 독자들에게 읽혀질 쯤이면 어떤 상황이 벌어져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현재까지의 위력만으로도 인공지능이 인류대표를 압도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이세돌 본인이 이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대국을 지켜 본 많은 사람들이 불가항력임을 목도하고 있다. 알파고의 능력이 거의 완전체에 가깝다고 느껴지니 혹시 다음 대국에서 이세돌이 이기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은 구글의 마케팅전략에 의한 결정일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으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체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한 바둑은 인공지능이 도전하기 버거운 영역으로 인식돼 왔던 터라 이번 대국에서의 알파고의 파란은 그 충격이나 향후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이란 면에서 무수한 관전평들을 쏟아내고 있다. 

알파고의 본격적인 활약과 진화는 2014년 구글이 영국에서 설립된 인공지능 기술 개발회사인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부터이다. 구글의 관리하에 들어간 알파고는 2015년 10월, 유럽 바둑챔피언 판 후이를 상대로 5전 전승을 거두며 인류를 능가하는 수준에 다다랐음을 입증했다.

이제 지존인 이세돌마저 완벽히 제압한다면 다음 수순은 어디일까. 이미 승리를 예견한 듯 구글은 다음 목적지로 스타크래프트를 설정해 두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과연 구글의 항해가 이런 엔터테인먼트로만 이어질 것인가. 그게 아니란 건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벤트와 연계해 세계시장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사인을 읽고 우리는 또 다른 속도전에 가세할 태세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3년 정도 뒤쳐져 있다며 정책적 지원과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는 독려성 의견들이 줄을 잇는다.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으면서도 실체를 알지 못하는 무지 덕분에 국가경쟁력 차원의 접근만이 난무하는 것이다. 개발의 반대편에서 이 가공할 신기술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투자와 노력은 어느 정도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기 시작했고 신의 영역에 접근해 가는 우리를 스스로 제어해 줄 실체에 대해 누구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맞닥뜨릴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은 대국 전 자신감으로 가득찼던 이세돌이 패배를 예감하며 안절부절해 하던 당혹스런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지 않을까.

어느날부터 스팸성으로 날아오던 로또번호 맞추기 메일에서 보아오던 알고리즘은 이번 알파고 위용의 핵심이다. 딥마인드는 알파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몬테카를로트리탐색' 기술과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 기술을 결합해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몬테카를로트리서치는 선택지 중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 알고리즘인데 상대의 선택이나 위치에 대해 최적의 위치를 탐색해 대응하기 때문에 최적의 선택이 반복됨으로써 유리한 결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오래 전에 우연히 읽었던 '미래교육 보고서'엔 미래사회엔 교사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걸로 나와 있었다. 이제 그것이 가능한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 검증된 학습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에는 인공지능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의료와 교육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해 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최적의 선택지를 찾아가는 이번 방식은 충분히 효용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불안한 것이다.  

영화가 현실이 되어가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미 이루어낸 문명의 성과를 거두어들일 순 없다. 우리에겐 인공지능이 가지지 못하는 감성이 있다. 뇌가 해결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머리싸움으로만 치달을 것이 아니라 마음싸움을 해야 한다. 다른 종족이 하지 못하는 문화 지향적 삶이 인류를 스스로 지켜줄 보호막이 되어 줄 것이다. 기계학습에 대비되는 문화학습이 우리에게 절실한 까닭이다.   

스티븐 호킹 교수 박사의 "인류는 100년 내에 인공지능에 의해 끝날 것"이라는 경고나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다"는 전언이 괜한 기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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