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거제시 환경사업소장

인간 활동의 결과물 중 값이 없거나 악취를 풍기거나 거부감을 일게 하거나 원하지 않게 됐을 때 우리는 그것을 쓰레기라고 한다.

위생관념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전에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 쓰레기와 악취를 공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부자들이 버린 쓰레기가 가난한 지역에 쌓인다고 할 정도로 생활쓰레기는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쓰레기 없는 깨끗한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로 지난 1995년부터 배출자 부담원칙(쓰레기 발생량에 따라 쓰레기 처리비용을 배출자가 부담하는 것)을 적용해 쓰레기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지난 1월 거제시는 인사발령을 했다. 32년 동안 공무원으로서 앞만 보고 달려온 한 공무원이 올해 말 은퇴를 남겨두고 4급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거제시의 쓰레기와 상·하수도부문을 총괄하는 거제시환경사업소 김재식 소장의 이야기다.

학창시절 앞날을 위해 우연찮게 준비했던 환경기사자격증은 1987년 환경에 대한 관심과 거제의 시대상이 맞물려 그를 공무원의 세계로 발을 디딜 수 있게 했다.

김 소장은 "초창기 세수(稅收)는 적고 일은 시켜야하고 담당한 청소업체는 충족하지 않아 하루가 멀다하고 싸웠다"며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보다는 싸움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버스를 타고 공원을 찾아 내 진로를 고민하기를 반복할 정도였다"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회상했다.

단속을 나가면 도축하는 옷에 긴 칼을 들고 나와 협박 아닌 협박을 당할 때도 있었고, 외압으로 인해 단속이 단속으로 이어지지 못해 9급 공무원의 옷을 벗을 각오로 덤비기도 했던 혈기 넘치는 시간들도 있었다.

태풍으로 쓰레기 매립장입구에 토사가 밀려 내려와 끊긴 길을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포크레인으로 이어 개통시켰던 일 등 수많은 우여곡절이 이제는 보람으로 그의 가슴에 남아있다.

김 소장은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주어진 나쁜 상황들이 지금의 나의 디딤돌이 된 것 같다. 내 발에 걸린 돌이 디딤돌이 될지 걸림돌이 될지는 그 사람에게 달린 것"이라며 "내 발에 걸린 돌을 디딤돌로 만들기 위해 무던하게 노력했던 것이 지난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32년이라는 시간은 그를 거제시 환경문제의 전문가로 만들었다. 반복적으로 순환되는 공무원 자리이동으로 자신의 업무파악 조차 늦어지는 현실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부분인지도 모른다.

현재 거제지역은 쓰레기에 대한 시민의식 및 쓰레기 재활용 분리수거문제, 부족한 상·하수도 처리문제 등 해결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여기에다 올해는 쓰레기 종량제봉투값 인상이라는 민감한 사안까지 겹쳐있다.

그는 "3만톤 규모로 건설된 중앙하수처리시설에 매일 3만톤의 하수가 유입되고 있어 4만5000톤으로 확장하는 일이 시급하다"면서 "환경부와 기재부 등을 방문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비용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음식물 분리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 되지 않고 오·폐수 무단방류와 같은 행위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 때문"이라면서 "시민의식 변화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홍보와 계몽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량제봉투의 가격을 올리고 음식물 분리수거량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일련의 행위들이 시민들의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면서도 "거제시민 모두가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는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을 갖고 지역 환경의 보호와 발전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로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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