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미국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역대 최고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법안에 서명했다고 한다. 법안 발의에서 서명까지 걸린 시간도 매우 이례적일만큼 빠르게 이뤄져 이번엔 실질적 제재 의지가 느껴진다. 오바마의 서명으로 인해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력하고 독자적인 제재를 위한 법적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아무튼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로선 마음 한 켠으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혹시 현실이 되지 않을까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 국가위기를 앞장서 막아줘야 할 행정부와 정치권은 공히 지리멸렬하고 그 누구에게도 우리의 안위를 신탁할만한 대상을 찾기가 싶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역사를 보면 전쟁을 통해 인류의 기술적 진보가 급격히 일어났음을 익히 알고 있다. 일본이 의학이나 과학기술 선진국이 됐던 이유가 오랜 시간 정복전쟁을 통해 획득했다고 보는 것은 이제 거의 정설이다.

지금 우리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인터넷도 따지고 보면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긴장 속에 전쟁과 전쟁 준비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인 것이다.

전쟁과 비교적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음악 분야에도 전쟁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밀접함을 몇 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다.

비평가들로부터 역사상 최고의 음반이라는 수식이 늘 따라다니는 비틀즈의 1967년 발표 앨범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최초의 컨셉트 앨범으로 꼽히는 동시에 스튜디오 테크닉에 있어 신세계를 열었던 작품이다.

비틀즈는 마치 달나라에 제일 먼저 발을 디딘 암스트롱 같은 선구자로 얘기되지만 그것이 순수하게 그들의 천재성에만 기인한 것인지는 역사를 관조해 볼 수 있는 지금 시점에는 조금 달라 보인다. 비틀즈와 함께 언급되는 '혁명성'은 1950년대에 급속히 개발돼 1960년대에 그들과 함께 첫 선을 보인 '멀티트랙 레코딩 기술'과 사실은 더 가까워 보이는 까닭이다.

원 트랙으로 이뤄진 오디오테이프 내부에 동시에 서로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여러 트랙을 새겨 넣어야 하는 것이 전제됐던 이 기술은 비틀즈 멤버의 소리와 악기들을 자연스럽게 블랜딩하여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는 매개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오디오테이프는 덴마크의 폴센이 1898년에 고안해냈던 '텔레그라폰'이 그 원조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선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히틀러의 연설을 녹음하는 일과 연합군을 상대로 한 선무방송의 극대화를 위해 개발에  박차가 가해졌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은 승전 후 독일의 앞선 전쟁 기술과 과학자들을 전리품처럼 자국으로 수용해 갔고 독일의 우수한 테이프 기술도 전리품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비틀즈의 전설은 히틀러가 일조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텔레그라폰'도 초기에는 에디슨의 축음기처럼 음성 녹음기의 용도로 제작됐다. 축음기는 어느 순간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에 자리 잡으며 가족의 정서를 담당하거나 문화적 치장으로 뽐내는 도구가 돼 갔다.

1차 세계대전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무선 통신 기술이 라디오의 기초를 닦았다면 2차 세계대전은 오디오기기의 폭발적 대중화를 이끌어낸 트랜지스터기술의 발전을 선물했다.

트랜지스터라는 새로운 기술은 '다탄두 핵 미사일'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기술이다. 이것이 나중에 점잖게 집을 지키던 축음기를 몰아내고 1970년대 전 세계를 이른바 '청년문화'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FM라디오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감성을 길렀던 세대, 어깨에 포터블 오디오를 메고 산과 들 그리고 캠퍼스를 누비며 젊음을 발산했던 그 세대에게 주어진 선물인 트랜지스터의 맨 얼굴은 그렇게 무시무시한 '다탄두 핵'이었던 것이다.

예전에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정각을 알리는 시보에는 "뚜~ 뚜~ 뚜~ 뚜우~"하는 형식이 사용됐다. 여기에서 시작음 '뚜'와 마지막 '뚜우~'는 모두 계이름으로 '라'음을 나타내는데 시작음은 '라(440㎐)'에, 끝음은 높은 '라(880㎐)'음에 맞춰져 있다.

이것은 일본제국주의 음악교육에서 국방능력의 강화를 목적으로 무전체계의 절대음을 교육에 끌어들인 사례 중 하나이다. 실제 당시에는 청음교육이 매우 중요시 돼 심지어 콩쿠르 종목에도 '청음'종목이 있었다 하니 대단한 발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틀즈도 트랜지스터도 다 소중한 인류의 자산이지만…, 그래도 전쟁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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