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1609년 1월15일 독일 최초의 신문이 발행됐다. Aviso Relation oder Zeitung이라는 이름의 주간 신문이다. 한국어로 '통보 통지, 신문' 정도로 의미가 전달된다. 사회 지식인층을 대상으로 제작된 신문에는 국내외 상황과 정치적 이슈 그리고 군사 정보가 기사화됐다.

400년의 신문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은 오늘날 129개의 신문사가 일간신문 351개와 주간신문 21개를 발행하고 있다. 일간신문 351개 가운데 독일 전역으로 배송되는 전국지가 7개, 지역에서 배송되는 지역신문이 336개 그리고 가판 전용으로 판매되는 신문이 8개이다.

한국 신문시장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점은 1)지역신문 336개(1250만 부)에서 기록하는 판매 부수가 전국지 7개(113만 부)보다 더 많다 2)주간신문사(21개)가 일간신문(351개)에 비해 크게 적다는 점이다.

몇몇 대형 신문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한국 신문 시장의 구조는 기형적이다. 아니 직설적으로 한국식 자본주의적이다. 11개 대형 신문사가 전체 종이신문 시장, 즉 1541개의 신문사 매출에 46%를 차지하고 있다. 11개 대형 신문사 간에도 그 영향력은 다시 조·중·동으로 집중된다. 이들은 신문을 넘어 방송시장까지 그 자본과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지 몇 개가 수용 가능한 지면과 보도 역량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본래 지역에서 살아가는 지역인들의 삶의 이야기는 지역 언론이 담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같은 단순하고 분명한 지역 신문의 역할이 이들의 존재적 의미의 전부이다.

지역 신문을 구독하는 이유는 지역인 자신들의 이야기가 신문 지면에서 전달되기 때문이다. 지역 내 문화 행사에서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지역 신문의 주요 소재이다.

특히 540여 개의 지역 주간 신문은 전국의 최소 행정구역까지 씨실과 날실로 뻗어 있다. 지역인들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전국지에서 볼 수 없는 내 주변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내 이웃의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미군 캠프에서 유출된 기름 이야기, 강정의 해군기지 공사와 지역인들의 갈등, 시장과 군수 등 공직자들의 탐관오리와 매관매직, 태안의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피해 주민들의 실상 등 지역 신문 속에 폭로되고 개선되는 삶의 변화가 너무나도 많다.

모두가 전국지에서 볼 수 없는, 때로는 전 국민적 관심에서 일개 지역의 문제로 축소되거나 잊혔기에 외면당하는 내 주변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나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독일의 지역 신문이 자신들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지역인들의 지역에 대한 높은 관심도이다. 그래서 독일의 전국지들은 대개 국가의 총체적 문제들을 주요 기사화하거나 핵심 이슈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의 신문 구독 습관은 너무나 기형적으로, 그래서 '서울 이야기'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실제 내 주변 이야기에 소극적인 우리의 신문 구독 습관은 지방자체단체장 선거가 부활한지 20년이 지난, 그래서 지역 신문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 관성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습관은 오히려 지역 내 정치적 공론장 형성에 저해 요인이 된다. 내 주위의 삶이 어떤 이해관계에서 작동되는지를 외면한 체, '서울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격이다. 이제 습관적으로 대하던 전국지 신문은 조금 멀리하고 지역 신문에 관심을 가져 보자.

왜냐하면, 민주주의 사회의 형성은 자신이 정치적 주체임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며, 그 최소의 단위는 바로 내 주변이다. 그래서 필자는 주간지 전문 잡지 하나와 지역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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