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새들 속출…버드세이버 스티커 활용 의무화 의견도

▲ 1년 수백마리의 새가 방음벽 및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있지만 예방대책이 미흡해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진은 연초면 오비리의 한 아파트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

도로변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거제 자연의벗 김영춘 대표에 따르면 1년에 수백여마리가 방음벽에 희생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기념물 제204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팔색조도 유리창과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사고가 최근 3년간 4건이 발생했다. 거제시청 1층 민원실에 전시돼 있는 팔색조의 경우 2013년 옥포지역의 건물 유리창에 충돌 사망한 개체를 문화재청 협의를 거쳐 교육 홍보용으로 박제한 것이다.

실제로 연초면 오비리 한 아파트 옆의 방음벽은 완전히 투명해 주변 주민들은 죽어있는 새를 자주 목격한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 옆의 방음벽은 170m 구간에 4m 높이로 설치 돼 있다. 방음벽의 맞은편에는 석강봉과 국사봉이 있는 산이 솟아있어 새들의 왕래가 잦은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오비리 주민 김모씨(41)는 "산책하면서 새 사체를 종종 본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목격할 수 있다"며 "사곡의 일부 방음벽은 투명하지 않고 색이 입혀 있는데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거제시청에 민원을 제기하면 동물관련 단체로 문의하라고 말하고 동물단체는 해당 지자체로 문의하라고 해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부딪혀 새들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붙여 예방할 수 있다. 버드세이버(Bird Saver)란 도로 옆 방음벽이나 유리창에 조류충돌 예방 스티커를 말한다. 천적을 피하는 조류의 습성에 따라 버드세이버는 독수리, 매 등 맹금류 모양인 검은색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거제 자연의벗 김영춘 대표는 지난 5월부터 거제시의 지원을 받아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나눠주고 있다. 버드세이버 스티커는 말똥가리·매·검은독수리 3종 1세트로 구성 돼 있고 570만원에 상당하는 500세트를 만들었고 현재까지 300여세트가 배포됐다. 도로방음벽용은 50장이 만들어졌다.

김영춘 대표는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져다주고 거제섬꽃축제 현장에서도 비치해 배포했다. 김 대표는 "도로방음벽용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붙이기 위해서는 사다리 등 장비가 필요해 혼자서 작업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또 "아파트와 전원주택 등 건축물들이 계속해서 산지에 지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앞으로 건물이나 방음벽에 충돌해 죽는 새는 늘어날 것"이라며 "시 관련 조례에 반영해 건물과 방음벽 건설 초기에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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