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문체부에서 '성탄절 캐럴 저작권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결론은 저작권료가 없으니 따뜻하고 훈훈한 연말을 보내는데 예년처럼 캐럴을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덧붙여 저작권법상 3000㎡(909평) 미만의 치킨집·일반음식점 등 중소형 영업장은 캐럴에 대한 저작권료 납부없이 영업장 분위기에 맞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저작권료를 성실히 납부해온 백화점·쇼핑센터·대형마트·특급호텔 등도 캐럴을 틀기 위한 별도의 추가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한 마디로 최근의 '캐럴 저작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아마 연말연시 경기가 이런 일로 위축되는 것을 막아야 되겠다는 배경도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각 도시마다 이맘때 시내 분위기는 음악과 조명이 절반 이상 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평상시에도 각 매장이나 도심의 분위기는 음악을 분리해선 상상하기 어렵다.

얼마 전 여당의 모 국회의원이 부적절한 출판기념회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사실 선거철이 다가 오면서 또 다른 의미로 저작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선거공보를 비롯한 각종 인쇄물에 쓰이는 사진이나 이미지는 물론이고 로고송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음원들이 저작권에 대한 부분을 세심히 따져 봐야 하기 때문이다.

20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어느 해 선거 때,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선출직에 출마한다고 로고송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해온 적이 있다.

요즘 같으면 너무 수월하게 스튜디오 하나 빌려 뚝딱 작업하면 그만인 일을 작곡과 선곡을 하고 가사를 새로 쓰거나 개사를 하는 작업을 거쳐 노래하는 사람 불러 놓고 하루 종일 매달려 로고송 네 곡을 완성했던 기억이 있다.

로고송이 일반화돼 있지 않을 때라 동네 꼬마들이 유세차량을 따라다니며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그 지인은 당선이 됐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때 했던 상당부분의 작업이 저작권을 위배되는 행위였다. 물론 잘못에 대한 인식도 없었고 우리나라의 저작권 정책도 중심이 잘 잡혀 있질 않을 때였다.

로스쿨과 관련한 정책적 문제로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관련한 변호사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지금은 국가 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분쟁의 소지가 많고 알면 이기고 모르면 지는 게임이 수두룩할 것이라 여겨진다.

예를 들어 세계 유수의 악단이 아시아 투어를 한다고 치면 이들 대부분의 투어권리를 일본인들이 가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주도권을 확실히 넘겨 준 채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셈인데 이것은 단순히 비용이나 자존심의 문제를 넘어서는 미래산업에 대한 포기나 다름없다. 시급히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공연사용료와 공연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는데 2013년 12월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낸 공연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현대백화점이 2억352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판결의 요지는 스트리밍 방식이라 할지라도 전송받은 음악을 매장에 틀어 놓은 것은 저작권법 제 76조와 83조에 의해 '판매용' 음반을 '사용'해 공연한 것으로 간주했다.

다시 말해 제작자나 공연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음반을 판매하거나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 있으므로 그것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별 생각없이 사용한 사진 한 장으로 수백만원의 벌금을 내거나 함부로 남의 책을 복사해 사용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를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창업을 하다 상표권을 침해해 곤란을 겪기도 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남이 생산해낸 지적 재산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개인의 지적재산과 공공의 향유가 조화롭게 어울려야 법의 취지가 살 것이라 본다.

경기가 침체될까 두려워 장관이 나서 서둘러 선심 쓰듯 "캐럴을 많이 들어도 됩니다"라고 발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혼란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 저작물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 웃을 수 있는, 그리고 문화상품의 안전한 유통이나 관리·분쟁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일들이 정부기관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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