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2주 전 각종 매체에 엄청난 뉴스가 떴다. 우리나라 1위 제약업체인 한미약품이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와 4조8000억에 이르는 당뇨병 신약 기술 계약 체결을 한 것이다. 한미약품이 자체개발한 '랩스커버리'라는 기술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투여 주기를 늘려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은 비단 당뇨병 뿐 아니라 바이오 의약품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이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 13년간 1500억이 넘는 기술 개발비를 쏟아 부었으며, 세계적인 당뇨 대가들과의 협력과 오랜 임상실험, 30명이 넘는 연구원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같은 연구만 끈질기게 한 결과 이런 엄청난 결과가 산출된 것이다.

한 가지 신약이 시중에서 판매돼 우리가 사용하기까지는 그냥 단순히 약을 제약회사에서 뚝딱 만들어 파는 그런 과정이 아니라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엄청난 개발과정과 임상실험을 거치는데 그 시간이 한 두 해 걸리고, 1·2억 드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신약 개발은 도중에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과 비용이 허사로 돌아가는 일이 허다한 작업이기도 하다.

어떤 제약회사가 최소 10년 이상 걸리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신약 개발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겠는가. 신약 개발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0.02%의 도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 대신에 복제약을 만들어 파는 것을 선택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한미약품은 그 모든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과정을 거치면서 정말 대견스럽게도 세계적인 제약회사도 해내기 힘든 일을 해냈다. 그들의 노고와 용기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게 했던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 그는 종로5가의 약국으로 시작해서 한미약품을 세웠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역발상으로 2009년 리베이트 쌍벌제로 인한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약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평소에 '신약 개발은 내 생명과도 같다'는 의지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배짱과 과감한 투자가 결국은 신약 패배주의를 극복한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복제약을 만들어 파는 약장수 수준에서 신약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집중할 결단력을 발휘할 때라고 본다.

그러나 한미약품의 이 모든 놀라운 성공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옥(玉)의 티는, 7명의 미성년자인 임 회장의 손자·손녀들이 천 억대가 넘는 주식부자에 등극했다는 소식이다. 사노피와의 계약으로 한미약품의 주가는 하루아침에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하여 상한가를 형성했고 주식 품귀현상마저 일어났다. 재벌닷컴에 의하면 임 회장의 손주 7명의 보유주식 가치는 총 7510억 원이다. 1인당 1000억이 넘는다는 말이다. 올해 초 611억 원에 비하면 12.3배나 불어났다. 우리나라 상장사 주식 100억 원 이상 보유 만 19세 이하 미성년자가 모두 14명인데 이 가운데 7명이 임 회장의 손주들이다.

임 회장은 2012년 당시 만 4세부터 9세인 손자, 손녀에게 각각 25억 원 규모의 주식을 증여했다. 이 후 해마다 무상증자를 실시해 손자들의 주식을 늘려 줬다. 부모가 손주에게 바로 주식을 물려주는 이른바 '세대 생략 증여'는 대기업 오너들이 세금을 회피하며 부를 물려주는 방법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꼼수'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만약에 임 회장이 한 손자에게 준 금액의 1/4만 '청년희망펀드' 에 기부했더라면, 앞으로 그의 사랑하는 손주들과 같이 나라를 이끌고 나아갈 청소년들에게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랬더라면 그의 성공이 금상첨화가 됐을 것을. 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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