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라고 해도 똑 같은 인생 살겠어요"
"다시 살라고 해도 똑 같은 인생 살겠어요"
  • 문지영 기자
  • 승인 2015.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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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효자효부상 수상자 이명숙씨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 모란봉아~ 울밀대야 네 모양이 그립구나."

주름진 얼굴 속에서 유난히 새까만 눈동자를 깜박거리며 김용순 어르신(94)이 한 곡조를 뽑는다. 기억의 자락을 놓쳐 가슴에 묻은 아들의 이름이, 금쪽같은 딸의 얼굴이 아련하기만 한데 곡 끝까지 가사에 틀림이 없다.

제19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2015년 효자·효부상' 시상식이 있었다. 올해 효부상의 주인공은 이명숙씨(63). 이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94살 친정어머니 극진히 보살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씨는 "자식의 도리를 다했을 뿐인데 상을 받아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럽다"고 얼굴을 붉히면서 "평소 엄마와 화내고 싸우기도 하고 돌아서서 웃으며 살아가고 있다. 다른 이들이 말하는 효의 기준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씨는 김용순 어르신의 막내딸이다. 2013년 12월 쓰러져 치매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92세의 친정엄마는 그녀의 힘이었다. 엄마를 닮아 손재주가 좋다는 그녀는 10년 전 사별을 했다. 서로 의지되고 사이 좋았던 남편은 함께 한 26년이라는 시간동안 늘 아팠다. 떠나기 마지막 6개월은 대소변을 받아내며 병간호를 했었다.

이씨는 "나는 이런 복이 많다. 항상 대소변 받아내는 병수발을 했다"면서 "전생에 간호사였나 보다"며 눈물고인 얼굴로 웃어보였다. 그는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전체가 힘이 든다. 부산에 있는 언니가 1년 전만해도 일주일에 한번 씩 도와줬다. 하지만 더워도 추워도 문을 열지 못하게 하고, 불도 켜지 못하게 하는 엄마와의 실랑이는 언니를 극한상황까지 몰고 갔었다"고 말해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가늠하게 했다.

자꾸 변해가는 엄마의 성향에 다들 지쳐갈 때쯤 자연스럽게 모두의 입에서 요양원이 언급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기저귀를 차지 않으려고 해 하루에 4~5번씩 속옷과 이불을 빨아야 하고, 시시때때로 찾는 식사를 맞추지 않으면 베개를 던지고 화를 내며 욕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엄마 기분이 잠깐 좋으시거나 평안하실 땐 깜깜한 눈을 맞추시며 '고맙습니다. 제 딸이 좋습니다'라고 하실 때 가 있다"며 "그 순간의 애잔함에 모든 힘듦이 사라진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친정엄마의 마지막을 그냥 이렇게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에 지쳐하지 않았다. 엄마를 보살피는 것을 짐이 아닌 생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금도 10년 전부터 이어오고 있는 적십자 목욕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국화재배라는 동아리활동도 하고 있다.

이씨는 "남편이 떠난 시간 나를 잡아줬던 활동들이다. 지금은 엄마를 돌봐야 하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는 못하지만 일주일에 5일 하루 3시간30분씩 요양사가 집에 오는 시간을 이용해 움직인다"며 "나만 부지런하면 할 수 있다. 엄마를 돌보는 새로운 힘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연신 눈물을 훔치는 이씨. 그는 자신을 '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한 많은 대동강'을 부르는 친정엄마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정'이 뚝뚝 묻어났다.

이씨는 "제 딸이 '엄마, 엄마가 아프면 엄마가 할머니한테 한 것처럼 나도 엄마에게 해줄게' 라는 말을 하더라"며 "부모인 내 모습이 내 자식의 거울이 된다는 것을 느꼈고 그렇게 표현해주는 딸이 고마웠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이씨는 "나는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에게 도리를 다하고 싶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모든 어머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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