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지원안 전면 보류 "법정관리 가더라도 확실한 자구책 필요"
올해 5조3000억원 적자 예상…11월 만기되는 채무 해결하기 어려워

지원에 앞서 고강도 자구계획과 노사 동의서를 받아내려는 채권단과 이를 거부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줄다리기가 이달 말 이후 첫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지난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각종 인건비, 자재비용 등을 고려할 때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11월부터 당장 정상적인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현 자금사정으론 이달 말까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이는 11월부터는 만기가 되는 채무 등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올 3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지난 7월 산업은행이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연내 만기인 대우조선 채무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이다.

대우조선은 이 가운데 7월23일 만기가 도래한 2000억원의 회사채를 자체 보유한 유동성으로 상환했다. 그러나 11월 말 3000억원의 회사채를 추가로 갚아야 한다.

대우조선의 유동성은 현재 근근이 경영을 꾸려나갈 수 있는 정도로 알려져 외부 지원 없이는 이를 제대로 막을 수 없을 전망이다. 또 이후에도 갚아야 할 채무 만기가 속속 도래하기 때문에 임시변통의 대책으론 회생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임금이나 비용 지급 등을 미루면서 버티면 몇 개월은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은 회사가 망가지는 과정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실사 결과 부실 규모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에만 5조3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내 올해 말 부채비율이 4000%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대책이 조속히 가동되지 않으면 회사의 부실화가 한층 빨라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 추세로 가면 대우조선의 현금 흐름상 내년 상반기에는 부족한 자금 규모가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원이 늦춰질수록 대우조선의 경영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유상증자와 직접대출, 출자전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에 앞서 대우조선 노조가 적극적인 고통분담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다.

대우조선 지원안이 전면 보류된 지난 22일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금융대책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정관리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확실한 자구책이 필요하다"며 대우조선 노사가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마련하고 이행을 약속해야 지원에 나설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정부와 채권단의 의지가 합치됐다"며 같은 뜻임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런 기조에 맞춰 대우조선노조에 쟁의행위 자제와 임금동결 등을 약속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 "임금동결·파업금지" 자금지원 조건…노조 "수용 불가"

대우조선의 경영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지원 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고강도 자구계획과 노사동의서를 먼저 받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그동안의 실사 결과를 토대로 대우조선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이르면 지난 23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임종룡 금융위원장·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진웅섭 금융감독위원장 등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 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고강도 자구계획과 함께 이에 대한 노사의 동의서를 먼저 받기로 했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고강도 자구계획과 노조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원을 하더라도 강력한 자구계획과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정상화는 어렵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정상화 지원 착수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요구를 적극 검토해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대우조선은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추가로 내놓을 마땅한 자구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임금동결 등 인건비 절감 방안을 포함해 보다 강화된 자구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에는 임금 동결과 무파업 선언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우노조는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앞세워 임금 동결, 파업 금지 등 노조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일터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자금 지원을 빌미로 임금 동결, 파업 포기 약속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올해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등 부실을 드러내자 4조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논의해왔다. 지원 방안에는 증자를 비롯해 출자전환, 신규대출 및 보증,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 확대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플랜트 악재 등으로 대규모 부실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고강도 자구안 요구와 이에 대한 노조의 반발로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달중 부장급 이상 인력감축, 자산매각 병행

대우조선해양은 이달중 부장급 이상 300∼400명의 인력 감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감축 인력 숫자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300∼400명 정도 될 것"이라면서 "이달 중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축 대상은 근속 20년 이상인 부장급 이상 고직급자다. 설계나 생산 분야보다 관리직의 감축 비율이 다소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지난 8월 중순 임원과 고직급자 수를 줄이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대우조선이 임원을 30% 감축하기로 하면서 부문·팀·그룹 등의 숫자도 3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부장급과 전문위원, 수석전문위원 등 고직급자도 비슷한 규모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었다.

대우조선은 이달 초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이와 함께 권고사직 절차도 밟고 있다. 감축 대상에게 지급하는 위로금은 연차와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가장 많이 받는 경우 31개월분 월급(1억4000만원)이다.

이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다른 업체보다 30∼40% 정도 적은 수준이다.  앞서 대우조선은 임원 수를 55명에서 42명으로 줄인 바 있다.

한편 대우조선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매각 작업도 하고 있다. 골프장(써니포인트컨트리클럽) 매각 작업은 마무리 단계이며 화인베스틸, 대우정보시스템 등 보유 주식도 정리하고 있다. 

또 서울 당산동 사옥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청계천 본사 건물은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팔기로 하고 이달 중 매각 제안서를 낼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또 마곡산업단지 내 연구개발센터 설립 계획은 백지화하고 용지 대금으로 낸 2000억원을 돌려받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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