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칼럼위원

▲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 사회가 아주 어수선할 때, '도모다까 시모지'라는 청년이 6명의 무고한 생명을 살해해 사형 선고를 받게 됐습니다. 그는 사형수로 북해도 탄광촌에 수감돼 고된 노동을 하면서 노동한 날 수 만큼 사형날짜가 연기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북해도 탄광촌에도 토요일이면 면회를 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으나 시모지에게는 면회 오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시모지에게 면회를 왔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바로 시모지의 어머니였습니다. 벌레같은 인생을 살아 온 시모지를 그래도 자기 자식이라고 칠순이 넘은 늙은 어머니가 3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일주일이 걸려 아들을 보기위해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시모지는 찾아왔느냐고 고함을 치며 어머니를 타박했다고 합니다. 노모는 보따리 하나를 내밀며 "그래 곧 돌아가마. 그러니 이것이나 받아 주렴" 그렇게 말을 하고 떠났습니다.

보따리 속에는 몇몇 생필품과 함께 성경책 한 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시모지는 성경책을 본 순간 "그 사이 할망구가 예수쟁이가 된 모양이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시모지는 어머니가 넣어준 성경책을 한쪽 구석에 방치해 놓았습니다. 며칠이 못 되어 성경책은 동료들의 담배말이 종이로 뜯겨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보게 된 시모지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나의 어머니가 가져다 준 책인데, 이런 식으로 버려서는 안 되지. 도대체 무슨 책이기에 어머니가 그 먼 곳에서 이곳까지 들고 온 거지? 한 번 읽어나 볼까?'라고 생각한 시모지는 그 때부터 성경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성경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자석이라도 되는 것처럼 끌리듯 성경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석탄을 캐다가 휴식시간에 성경을 읽기 위해 옆 갱도에 가서 성경을 읽는 가운데 요란한 폭발음이 들려왔습니다. 잠시 전까지 자신이 일하고 있던 갱도가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동료 37명이 모두 목숨을 잃게 됐습니다. 시모지는 동료들의 시체를 붙들고 울부짖으면서도 하나님이 자신을 살려주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전해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됐고, 예수님을 만나게 된 시모지는 그리스도인으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됐습니다.

성경을 통해 5년 만에 북해도 탄광촌에서 최고의 모범수로 생활하다가 특별 사면을 받고 출소해 자기의 일에 대해서 열심을 다해 살았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구원받은 자의 도리요, 또한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한 주님께 보답하는 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로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사형수의 낙인은 사라지고 지역사회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 일본 정부로부터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인정을 받게 됐습니다.

77세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중·고등학교를 6개 설립했고 고아원 6개를 세웠으며, 일본교육자 대상, 사회사업가로서 대상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이 가을에 우리들의 삶을 한 번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잘 선용하고 있는지, 내게 아름답고 멋진 열매가 달려 있는지, 우리의 삶을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우리 인생의 주인이 되시는 여호와 하나님은 우리에게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시편126:5-6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라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겨울이 찾아오게 될 때 나는 열심히 살았노라고 그래서 지금 춥지 않게 되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제신문 애독자들이 다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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