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자식들이 해외 여행을 준비해 줬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데 아들은 아직 장가를 못가 애를 태운다. 돈 없거나 부양해야 되는 부모를 짐짝 취급한다는 등의 듣기에도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기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텔레비전을 오르내리는 현실에서 고마웠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도 휴가를 냈고, 사위도 딸과 함께 시간을 맞춰 줬다. 70의 나이에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은 경비와 시간을 탓하며 며칠의 실랑이를 하다 승낙을 했다.

도쿄를 목적지로 2박3일의 일정을 정했다. 딸과 함께 며칠동안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하던 시간을 지금 생각해 보면 여행을 간 것보다 더 설레고 좋았던 것 같다.

멋진 썬글라스도 준비하고 신랑과 같은 색깔의 셔츠도 준비했다. 여행을 떠나던 당일은 아침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5시에 거제에서 부산으로 출발을 해야 했지만 잠 한숨 잘 수 없었다. 촌스럽다고 놀릴지는 모르겠으나 남편과 나는 우황청심환을 한 알씩 먹으며 첫 해외여행의 설렘을 달랬다.

여행사를 통한 관광이다보니 전체가 우르르 몰려다녔다.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닌 가슴이 떨릴 때 해야 한다.'라는 딸년의 우스갯 소리를 뒤로 하고 정해진 조금은 소화하기 힘든 일정을 쫓아다녔다.

언제 또 와 보겠는가. 음식은 한국과 별반 다른 것도 없는데 자꾸 싱겁다든지, 달다고 말하면서 김치를 찾는 남편을 놀리기도 했지만 생일 축하하러 왔다 아플까봐 걱정이 돼 속을 태우기도 했다.

돌아오는 마지막 날에는 일본의 상징인 지진이 발생해 자다가 다 함께 일어나 숙소를 빠져나오는 헤프닝도 겪기도 했다. 죽다가 살아났다며 다시는 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남편과는 달리 난 너무도 좋았다. 딸내미도 내 70번째 생일에 꼭 여행을 시켜주겠다고 장담을 했다.

비록 빈말이 될지 언정 말만 들어도 고맙다. 얘들아 고맙다. 건강해서 너희들 걱정하지 않도록 할 테니 너희들도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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