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얼마 전, 김해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거냐.' 고 잔소리를 하는 부모와 여동생을 죽이려던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뉴스에서 들은 적이 있다.

살아가다보면 이런 패륜적이고 반인륜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관한 소식을 종종 듣는데 그들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그들은 평소 조용한 사람이었다거나, 소극적이고 말이 없는 사람이어서 이웃들이 깜짝 놀랐다는 소리도 함께 듣게 된다.

나는 범죄 심리학자나 강력계 형사는 아니지만,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끔찍한 범죄를 일으키게 되는 심리적인 배경에는 관심이 많다. 지난달 우연히 심리학에 관한 연수를 듣다가 중대 범죄를 일으키는 두 부류의 심리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됐다.

그 첫째는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이코패스다.  그들은 전두엽의 기능이 일반인의 15% 밖에 되지 않으므로 고통에 무감각하고 세로토닌이 부족하기 때문에 감정조절이 어렵고 사소한 일에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문제는 사이코패스들이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겉으로는 조용하고 과묵하고 다른 사람과 별 충돌 없이 지내는 사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평소에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중대 범죄자의 유형은 소시오패스다. 소시오패스는 최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부류로서 소시오패스의 수치는 전체 인구의 4% 정도가 된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조종하면서 괴롭히지만 미안해하는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비정하다'는 단어가 그들을 가장 잘 묘사하는 단어이다. 소시오패스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나쁜 부모나 악한 환경에 의해 길러진다고 한다.

이들은 대체로 말수가 적고 순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주변에서 생각하는 면이 없지 않으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괴롭혀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와 비슷하다. 이들은 필요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착한 미소를 보여 환심을 사서 그 사람을 조정하고, 일반인에 비해 탁월한 감정조절 능력을 갖고 있다.

자기의 의도를 숨기면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데 흔히 우리들 주변에서 있을 법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철저하게 의도를 숨기고 다른 사람에게 어떤 짓을 저질러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어떤 면에서 사이코패스보다 소시오패스가 더 위험한 존재인 이유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다보면 아주 가끔 어떤 부류의 학생을 만날 때가 있다. 부모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식이고 얌전하고 온순해서 부모가 자녀를 완전히 믿고 있으나 학교에서는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못된 학생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입만 열면 자기합리화와 거짓말을 한다. 문제는 철저하게 두 얼굴을 가진 그 자녀이다. 그 아이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는 말은 아니지만 다만, 어떤 이유에서든 전혀 상반된 두 얼굴을 가지게 된 것은 분명하고 그 아이는 환경이 맞아 떨어지거나 그를 격노케 하는 상황이 되면 언젠가는 가면을 바꿔 쓰게 될 것이고 부모를 배신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람은 평면이 아니라 다면체다. 보통 사람들도 다양한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도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다른 성격적 특성을 보여준다.

우리 주변에서 평범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보는 지식과 눈을 기르고, 올바르게 나와 내 주변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파악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 극악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비정하고 악랄한 소시오패스를 길러내는 그런 어둡고 혼탁한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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