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에 의해서만 정해지는 현행 자동차세 부과기준에 차량가격 등을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고가 수입차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산정 방식과 관련해 "관련 개정안이 이미 발의돼 있으므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자동차 보유 과세항목 7개 중 2개가 재산 기준으로 부과되지 않아 역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자동차세는 배기량이 1600㏄를 넘는 차량에 대해 모두 1년에 ㏄당 20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세의 30%에 달하는 지방교육세가 더해진다. 1000㏄ 이하는 ㏄당 80원, 1000㏄ 초과 1600㏄ 이하는 ㏄당 140원이다.

기준을 배기량으로 함에 따라 차량가격이 몇 배나 비싸지만 세금은 오히려 적게 내는 역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차값이 2498만원인 쏘나타 CVVL 스마트(1999㏄)의 교육세 포함 연간 자동차세는 51만9740원이다. 6330만원짜리 BMW 520d(1995㏄)의 연간 자동차세(51만8700원)보다 1040원이 더 많다.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내연기관이 없는 자동차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차량들은 '그 밖의 자동차'로 분류돼 일괄적으로 연간 13만원의 자동차세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낮은 배기량으로 높은 성능을 내는 '엔진 다운사이징'이 일반화하고 배기량과 차량가격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이러한 역진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따를 경우 쏘나타 2.0 CVVL 스마트는 현재 51만9740원에서 26만6110원으로 48% 낮아지고 BMW 520d는 51만8700원에서 131만6250원으로 153% 세금이 늘어나게 된다. 자동차세의 과도한 증가를 막기 위해 최고 한도는 200만원으로 설정됐다.

다만 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세 기준 산정에는 CO2 배출량 등 복합적으로 고려할 요인이 있고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며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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