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대첩기념제전의 꽃은 옥포시내 일대에서 열리는 승전행차 가장행렬이다. 조선수군과 왜군의 전투장면 재현을 중심으로 한 승전행차 가장행렬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옥포만에서 거둔 첫 승전의 기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승전행차 가장행렬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조선수군의 거북선과 판옥선이 왜선과 벌이는 전투장면이다.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이 행사를 위해 거제시는 17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2009년 거북선과 판옥선 등 이동이 가능한 4개의 조형물을 제작했다.

하지만 이들 조형물에 대한 거제시의 허술한 관리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현재 이 4개의 조형물들은 옥포대첩기념공원으로 향하는 도로 한쪽에 방치되다시피 보관되고 있다. 보관이라기보다는 내팽개쳐져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다.

비바람을 막고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없이 3년여를 지낸 조형물들은 먼지가 쌓인 채 각종 곤충들의 안식처로 변해버렸다. 목재로 제작된 이 조형물들의 관리 상태로는 앞으로 몇 년을 더 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거제시는 이 조형물들이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어떤 상태로 보관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관리감독 부재라는 행정의 민낯이 또 다시 노출된 것이다.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 조형물이 관리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제대로 된 보관장소를 찾기가 어렵다는 거제시 관계자의 답변은 무책임을 넘어 무능에 가까워 보인다. 옥포대첩기념공원 내 유휴부지만 활용해도 가능하다. 많은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좋은 장소에 전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매년 3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페인트칠을 새로 할 것이 아니라 확실한 보관대책이나 사후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옥포만 첫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조형물이 오히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주범이 되고 말았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이런 식이어서야 투입된 예산이 아깝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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