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이왕주 作

▲ 정연욱(22·고현동)
이 책을 읽으면서 받았던 가장 큰 느낌은 '강렬함'이었다. 글쓴이가 강렬한 문체로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로 1·2부가 맘에 들었다. 유목민·심층자아·포스트모더니즘과 대자존재, 그리고 동일자와 타자 등 그동안 내가 나도 모르게 궁금해 하던 것들이 이 책에 들어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목민에 대한 글은 정말로 와 닿는 구절들이 많았다. 나는 평소에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사회의 노예로 전락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며 영원히 구속 속에서 살아갈 거라는 극단적이고 음모론적인 생각을 많이 해왔다. 그러나 <트루먼 쇼>를 예로 들어가며 글쓴이는 어디론가 뛰어나가고 싶은 나의 어떤 것에 대해 너무나도 시원하게 설명해 줬다.

나는 사회가 '구속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곳에서 '유목민'이라는 단어는 나를 시작부터 책 속으로 끌어들였다.

끊임없이 샘솟는 모험심과 호기심이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구속을 반항하고 틀에서 벗어나 새롭고 자유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면, 당신은 유목민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또한 재미있는 입장들 중 하나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법칙들을 음모라며 거부하고 개성이 없는 모두 같은 것들을 혐오하고, 소외된 계층에 귀를 기울이며, 바깥의 자유를 취하려 힘쓴다. 왠지 '인간은 사회의 노예이며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극단적이고 음모론적인 내 생각이 포스트모더니즘과 잘 부합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유목민들이 사는 자유로운 세계를 살기 위한 지름길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일 수 있다. 작은 개개인들의 포스트모더니즘들이 모여서 아마 광활한 초원을 달리는 유목민의 나라가 형성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개개인들이 말을 달리는 유목민의 꿈을 가슴에 품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각자 다 다르고, 개성 있고, 자유분방하고, 울긋불긋한 사람들의 꿈만이라도 한데 모여서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그것은 거대한 정신적 혁명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내 속에서는 이미 유목민의 도시가 번성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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