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詩人(자료: 거제향토문화사)

옛날 옛적에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임금님이 계셨다. 임금님 주변에는 이야기꾼들이 많았지만 자꾸만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임금님, 이제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이야기꾼들은 더 이상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신하들은 임금님이 이야기에만 빠져 나라 다스리는 일을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해 늘 걱정이었다. 그래도 임금님은 신하들의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 잘하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여봐라! 이야기 잘하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린다고 방을 붙여라."

신하들은 전국 방방곡곡에 이야기 잘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방을 붙였다. 거제에도 이 일이 알려졌다. 어느 마을에 두 형제가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두 형제는 병석에 누워계신 어머니가 이야기를 좋아하시기 때문에 늘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어머니, 임금님께서 이야기 잘하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린다는 방을 붙었습니다."
"그럼 너희들이 가보지 그러니?"
"어림없습니다. 임금님이 '이제 그만 됐다' 하고 말할 때까지 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석 달 열흘을 쉬지 않고 이야기 했고, 어떤 사람은 삼년을 쉬지 않고 이야기해도 '그만 됐다' 하는 말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 이렇게 한 번 해 보거라."

어머니는 두 형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한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형제는 '됐습니다' 하고 소리쳤다.

마침 나라에서는 큰 걱정이 생겼다. 그동안 전국에서 많은 이야기꾼들이 찾아왔지만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임금님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두 형제가 임금님을 찾아갔다.

"기다릴 것 없다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해라. 그동안 이야기를 못 들었더니 갑갑해서 미치겠구나."
"그럼 제가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조선땅에 5조 5억 마리의 쥐가 살았습니다. 마침 나라에 흉년이 들어 쥐들이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식량을 구하러 떠났습니다."
"오, 그래 이야기가 재미있겠구나. 그럼 너도 이야기를 시작해 보거라."
"중국에서 큰 대궐을 짓는데 나무가 없어 우리나라 지리산에 있는 나무를 모두 사기로 하고 나무꾼들이 나무를 베기 시작했습니다."
"오, 그것도 재미있겠구나. 쥐는 어찌 되었느냐?"
"쥐 한 마리가 풍덩 강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나무는 어찌 되었느냐?"
"나무꾼이 도끼를 한 번 내려쳤습니다."
"쥐는 어찌 되었느냐?"
"두 번째 쥐가 강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나무꾼이 도끼로 두 번째 찍었습니다."

형님의 쥐는 계속 강으로 뛰어들고 있고, 동생의 나무꾼은 계속 나무를 찍고 있었다.

"아직 멀었느냐?"
"5조 5억 마리가 다 건너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지리산에 있는 수 억 그루의 나무를 다 베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수천 년이 걸려도 끝날 일이 아니었다. 임금님은

"됐다 그만 그쳐라. 이들에게 큰 상을 주어 보내라. 이렇게 재미없는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니 백성들에게 죄송하구나. 이제부터 나라 다스리는 일에 힘을 쏟도록 하겠노라."

그렇게 해서 두 형제는 큰 상을 받았고, 임금님은 그 후로 나라를 잘 다스리게 됐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