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詩人

누구든지 돼지꿈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좋은 꿈으로 여긴다. 실제 꿈을 해석할 때도 돼지는 행운·복·재물·명예를 상징하는 매개물로 여긴다.

돼지꿈이 재물과 연관이 되는 것은  '돼지 돈(豚)'자와 화폐로서의 '돈'이 같은 발음이기 때문이다.

옛날에 어떤 젊은이가 하룻밤에 세 번이나 돼지꿈을 꾸었다. 남들은 꾸고 싶어도 꾸지 못하는 돼지꿈을 세 번이나 꾸었으니 분명 무슨 좋은 일이 기적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다.

마을에는 마침 꿈을 잘 해몽하는 거사(居士)가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꿈을 꾸면 이 거사에게 와서 물었다. 젊은이도 아침에 일어나자 꿈이 궁금하여 거사를 찾아 나섰다. 드디어 젊은이는 거사의 집에 당도했다.

"제가 어젯밤에 돼지꿈을 꾸었습니다. 돼지꿈을 꾸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저에게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날지 해몽을 해 주십시오" 하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좋은 꿈을 꾸었습니다."

거사는 더 생각할 여지도 없이 좋은 꿈이라고 잘라서 말하자 젊은이의 기분은 날아갈 듯이 기뻤다.

"좋은 꿈이라니 어째서 그런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 꿈은 배를 곯지 않는 꿈입니다. 오늘 하루 동안 어디를 가든지 먹을 일이 생길 것입니다. 복 중에서 먹는 복이 최고지 않습니까? 그러니 집에 가만히 있지 말고 부지런히 마을을 돌아다니도록 하십시오."

하고 해몽해 주었다.

"또 돼지꿈을 꾸었습니다."

젊은이가 말했다.

"그래요. 정말 좋은 일이구요. 이번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옷이 생기는 꿈입니다. 이번에도 집에 가만히 있지 말고 돌아다니십시오."

거사의 꿈 해몽이 갈수록 좋은 것만 말하니 젊은이는 입이 함박만큼이나 벌어지면서 좋아했다. 만일에 세 번째 돼지꿈 이야기를 하면 이번에는 틀림없이 으리으리한 집이라도 한 채 생길 운이라고 말해줄 것 같았다.

"또 돼지꿈을 꾸었습니다."
"하룻밤에 세 번씩이나 꾸었단 말입니까?"
"예, 세 번이나 꾸었습니다. 어때요, 이번에는 또 어떤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까?"

거사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하는 말이 "당신은 오늘 실컷 두들겨 맞을 운입니다" 하고 해몽하자 젊은이는 깜짝 놀라 화를 내며 "똑같은 돼지꿈을 꾸었는데 앞의 것은 먹을 것이 생기고 옷이 생기는데 이번에는 왜 두들겨 맞을 운이라고 하십니까?" 하고 따져 물었다.

"잘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돼지가 꿀꿀거리며 야단을 피우면 주인이 어떻게 하지요?"
"먹을 것을 주면 얌전해지지요"
"그래 바로 그겁니다. 돼지에게 먹을 것을 주면 얌전해지지요."
"그럼 옷은 왜 생깁니까?"
"먹을 것을 주었는데도 돼지가 또 꿀꿀 거리면 이놈이 추워서 그러는가 보다 하고 짚을 더 깔아주는 법이지요."
"그럼 두들겨 맞는 건 왜 그렇습니까?"
"먹을 것을 주어도 꿀꿀 거리고, 폭신하게 짚을 깔아 주어도 꿀꿀 거리면 주인이 '이 빌어먹을 놈이 먹을 것 주고, 덮을 것 주었는데도 또 꿀꿀 거려?' 하면서 몽둥이로 돼지를 때린다 이거지요. 그러니 젊은이는 오늘 하루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가만히 엎드려 있어야 두들겨 맞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젊은이는 먹을 일도 옷이 생길 일도 모두 헛방이 되고 말았다.

(자료: 거제향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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