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 진입장벽 높고 공사기간 장기로 수주물량 단기간에 급감하지 않아
올해는 해양플랜트 사업부문 적자반영으로 6조원규모 사상최대 적자 예상

대형조선 3사는 해양플랜트 부문의 대규모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양플랜트 부문을 포기할 수는 없고 오히려 더욱 집중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조선 3사는 해양플랜트 부문은 경쟁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아 잘 만하면 대규모 수익 창출이 가능해 대규모 적자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형조선 3사는 그동안 해양플랜트부문에서 큰 손해를 보아 대규모 적자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조선 3사는 지난 2011~2013년 턴키방식으로 수주한 해양플랜트 손실을 실적에 반영하면서 2분기에 모두 4조7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는 추가 공정지연 등에 따른 비용증가를 감안하면 올해 조선3사의 연간 적자규모는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선 3사가 사상 최초로 연간 단위 동반 적자를 내게 되면 이는 조선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그동안 국제유가가 폭락한 것이 주요요인으로 꼽힌다. 산유국 등의 발주국들이 재정사정이 악화되거나 선박금융이 어려워지면서 발주를 줄이거나 중도에서 계약을 해지하면서 조선사들이 심한 원가압박을 받아왔다.

더욱이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공사에 대해 중도금을 지급치 않으면서 공정이 지연되는 등의 원인으로 원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 같은 초대형 적자를 안게 됐다.

해양플랜트부문 적자를 숨겨오다 뒤늦게 들통이 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에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양플랜트 때문에 매출도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최근 대우조선은 7034억원 규모 드릴십(시추선)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 올해 영업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멍이든 대우조선은 그 후유증에서 상당기간 시달릴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국내외에서 소송전이 예상된다. 대우조선은 3조원대 손실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송가(Songa) 프로젝트와 관련, 발주처를 상대로 '건조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최대 1조원 추정)을 보전해달라'며 국제 중재를 신청했지만 발주처는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피해보상소상을 벌여야 할 입장이다. 주가 급락으로 손실을 본 주주들이 '분식회계'를 이유로 공동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대우조선이 2011년부터 연간 4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공시한 것은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과 외부감사인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분식회계 피해주주들을 대리해 공동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누리는 이달 말까지 피해주주를 모집해 9월 중 1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공정 지연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로 대우조선과 비슷한 처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 대의 해양플랜트 손실을 반영해 매분기 영업손실폭을 줄여나고 있지만 계열사 등에서 손실이 계속 발생해 올해 흑자전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해양플랜트 공정 지연, 주문 변경 등으로 587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에도 3억2000만달러 규모의 주문변경이 일어날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세미리그선 원가 차질로 1분기 678억원의 손실을 본 데 이어 2분기 106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도 비슷한 형편이다. 나이지리아 에지나(Egina) FPSO 프로젝트와 호주 이치스(ICHTHYS) CPF 프로젝트에서 5400억원의 추가 손실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릴류드(Prelude) FLNG와 드릴십 등에서 7000억원, 잭업리그, 일반상선 부문에서 2600억원의 원가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 3사는 이처럼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채산을 맞추지 못해 대규모 적자수렁에서 빠져있는데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오일 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지연됨에 따라 수주환경도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해양플랜트 부문이 지금은 적자지만 잘만하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저로 무장한 일본, 범국가적 지원을 받아 급성장한 중국 등 경쟁자의 위협을 떨쳐내려면 진입장벽이 높은 해양플랜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다수 연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발주부터 인도까지 4~5년이 소요되는 해양플랜트 특성상 단기적인 유가 전망과 무관하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오일 메이저의 주요 프로젝트는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억달러 규모 모잠비크 FLNG(발주처 이탈리아 ENI), 40억 달러 규모 나이지리아 봉가 FPSO(셸), 15억달러 규모 말레이시아 카사와리 플랫폼(페트로나스), 10억 달러 규모 태국 우본 플랫폼(셰브론) 등이 하반기에 발주될 예정이다.

조선업계는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에서 실패한 것은 엔지니어링 역량이 미숙한 상황에서 설계·조달·시공(EPC - 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을 일괄 수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조달과 시공만 담당하는 분리 발주 등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 나가면 그동안의 대규모 손실 만회가 그렇게 어려운 문제만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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