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詩人(자료: 거제향토문화사)

어느 마을에 다섯 명의 아들을 뒀지만 딸을 낳지 못한 부자가 있었다. 딸을 낳기 위해 깊은 산중에 들어가 기도를 하던 중에 어떤 대사가 소 발자국에 고인 물을 먹으면 딸을 낳게 될 것이라는 비법을 알려줬다.

부자의 아내는 소발자국에 고인 물을 먹는다는 게 그만 여우 발자국에 고인 물을 마시고 말았다. 그 후 아기를 가졌는데 마침 딸이었다. 딸은 자라 어느덧 처녀가 됐다.

어느 날부터 부잣집에서는 기르던 가축들이 자고나면 한 마리씩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아들들이 번갈아가며 지켰지만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다만 늦은 밤에 여동생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 말고는 의심할만한 아무 것이 없었다.

오빠들은 차츰 여동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들들이 부모님께 자초지중을 말씀드렸지만, 부모님은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미워하느냐는 책망만 들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자 그 많던 가축들이 다 사라지고 말았다. 가축이 없어지자 이번에는 오빠들이 한 명씩 없어졌다.

막내오빠 혼자만 살았을 때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도망을 쳐 깊은 산중을 헤매다가 기와집 한 채를 발견했다. 그 집에는 아리따운 낭자 혼자서 살고 있었다. 막내오빠는 그간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자 낭자는 아무 걱정 말고 여기서 함께 살자고 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두고 온 집이 걱정이 됐다.

막내오빠는 낭자에게 집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고 하자 낭자는 빨간주머니·파란주머니·노란주머니 세 개를 주며 위급할 때 하나씩 던지라고 말했다. 막내오빠가 집에 왔을 때 살던 집은 폐허가 됐고 여동생만 혼자 살고 있었다. 분명 여동생이 아버지 어머니까지 해친 요괴라고 생각됐다.

어서 피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먼 길을 오느라고 밥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구나. 밥 좀 해다오" 하고 부탁했다. 그러자 동생이
 "그 사이에 도망가려고요?"
 "도망은 무슨, 안 간다. 아무 걱정 말고 밥이나 좀 해다오."
 "그럼 이 실로 오빠 팔과 내 팔을 묶어요."

그리고 나서야 동생은 부엌으로 밥하려 나갔다. 그 사이 오빠는 실 끝을 문고리에 묶고, 똥을 세 무더기 싸놓고 도망을 쳤다. 밥 짓다가 오빠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오빠" 하고 부르자 "응" 하고 똥이 대답하기를 세 번 하고 나서 네 번째는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동생은 속은 줄 알고 급히 오빠를 쫓아 나왔다. 동생이 얼마나 빠른지 금세 따라 붙었다. 오빠는 빨간주머니를 던졌다. 그러자 불길이 일어나 동생의 앞을 막았다.

동생이 불에 타 죽었겠지 생각했는데, 어느 틈에 불길을 헤치고 또 따라왔다. 이번에는 파란주머니를 던졌다. 갑자기 산에서 급류가 쏟아져 동생을 쓸어갔다. 오빠는 이제 한숨 돌리려고 하는데 동생이 또 달려오는 것이었다.

오빠는 급히 나무에 올라갔다. 그리고 나머지 주머니를 던지자 나무 밑에 가시덩굴이 생겼다. 동생은 가시덩굴도 어떻게 잘 피해 나무 밑으로 오더니 나무를 갉기 시작했다. 나무가 넘어지면 영락없이 동생에게 죽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산속 집에서 만났던 낭자가 나타났다. 낭자는 개를 몇 마리 데리고 나왔는데 개들이 여동생을 보자 달려들어 싸우기 시작했다.

한참을 싸우다가 여동생은 개들에게 물려 죽었는데 보니 천 년 묵은 여우가 변신해 된 매구였다. 매구는 곧잘 사람으로 둔갑했다. 낭자는 하늘 사람인 선녀였는데 잠시 지상에 내려와 있었다. 선녀는 오빠를 구해주고 다시 하늘나라로 가 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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