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다행히 예보되었던 태풍도 비껴갔으니 제대로 여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요즘의 휴가 풍경은 예전처럼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나름의 테마를 가지고 평소 해 보지 못했던 활동들을 몰아서 숙제하듯 해 치우는 휴가족들이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락페스티벌 같은 공연에 참여하는 문화지향적 휴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듯하다.

가수 장기하가 대부도에서 펼쳐지는 '안산M밸리 락페스티벌'에 참여했다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가 검색된다. 해명자료들을 보니 행사장에서 경호를 맡은 업체의 과민반응으로 생긴 해프닝 정도로 서로 원만히 해결해 가는 모양새다.

사실 '락'의 성격상 무대와 객석 모두 다소 격렬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사고의 위험은 늘 상존한다. 그래서 경호업체는 일탈의 공간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지키는 파수꾼 같은 존재들이다. 현장에서 지켜보진 못했지만 작정하고 저지른 일은 아닐 것이라 추측해 본다.

우리나라에서 10년여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락페스티벌'은 어느덧 여름철 문화삼국지를 써 내려가고 있다. '펜타포트락페스티벌','안산M밸리락페스티벌','지산락페스티벌'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비슷한 시기에 지자체까지 명운을 걸고 정면대결을 펼치다 보니 섭외문제부터 사사건건 신경전을 펼치곤 했지만 어느덧 안정기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특히 이들 중에서도 원조격이며 올해 10회째를 맞은 인천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축제로서의 기본적 생존기간인 10년을 넘겼다는 점에서 일단 축하 받아 마땅하다.

1999년, 인천시는 공항, 항만, 정보포트를 묶어 트라이포트(Tri-Port) 도시전략을 세웠다가 2006년 비즈니스와 레저를 추가해 펜타포트(Penta-Port)전략을 완성했고 이를 브랜드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락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되었다. 출발이야 도시전략이든 말든 지금 이 축제는 문화적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당장 영국의 타임아웃(Timeout)에서 발표한 세계최고의 뮤직페스티벌 중 8위에 뽑히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편인 스페인의 프리마베라사운드(1위)와 영국의 글레스톤베리가 2위, 일본의 후지락페스티벌이 31위에 랭크된 것을 보면 단순히 10회째를 맞은 홍보용 보도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3일간 펼쳐지는 올해의 라인업도 기대가 많이 된다. 전설적인 밴드 스콜피온스, 프로디지, 서태지가 앞에서 끌고 쿡스, 뮤, 더 유즈드, 썰틴스텝스, 에고 래핑, 마마스 건, 10cm, 김창완밴드, 피아, 쏜애플, 소란, 선우정아, 옐로우 몬스터즈, 넘버원 코리안, 사우스 카니발, 솔루션스, 후후, 리플렉스, 아즈버스, 잔나비, 윈디시티, YB, 크래쉬, 스틸하트, RAVEN, 아시안체어샷 등이 뒤를 탄탄히 받힐 예정이다.

특히, 서태지를 뮤지션으로 존경해 왔다는 타이거JK와 윤미래 두 뮤지션과 서태지의 합동공연은 또 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락 음악의 사운드는 전통적으로 전자기타를 중심으로 베이스 기타 그리고 드럼과 심벌이 포함된 드럼 킷을 사용하는데, 락 밴드는 일반적으로 보컬리스트, 리드 기타리스트, 리듬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드러머 등의 역할을 나누어 맡는 둘에서 다섯 정도의 멤버로 구성된다. 이 일반적인 형태는 버디 홀리가 고안해냈고 비틀즈가 확립한 후 지금까지 전통으로 존중되고 있다.

락은 좁혀 보면 로큰롤과 같은 것으로 해석되지만 그렇게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스탠다드 팝'을 즐기던 미국의 백인 주류 입장에선 '블루스'로 대표되던 흑인음악이 썩 달가울 리 없었겠지만 '리듬 앤 블루스'를 거쳐 '로큰롤'로 진화해 가는 음악의 마력만큼은 끝내 배척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백인 락커의 탄생은 그런 중간지점의 선택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락은 종교적으로는 악마의 음악이라고 배척당하는 시기도 있었다. 인간 본성에 가장 원초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주는 락은 그래서 기성세대에게 위험시되고 주류에게 외면 받으며 질서 밖에 존재하는 양 존재해 왔던 것이다.

이런 속성은 현대인이 가진 일상적 억눌림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배출구로써 지금 이 계절, 여름과 궁합이 쏙 맞는 셈이다.

Green! Freedom!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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