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손실 원인 철저 규명…사업계획 타당성 검증 작업
정성립, 질적 구조조정 불가피…임원들, 백의종군 자세로 노력

▲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오는 27일부터 경영상태 실사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 22일 대우조선해양 팀장 이상 임원들이 출근시간 직원들에게 결의문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오는 27일부터 경영 상태 실사에 나선다. 동시에 산은은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 해소를 돕기 위해 수주 선박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승인했다.

산은은 지난 21일 "이번 경영상태 실사를 통해 대규모 손실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면서 "중장기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검증해 회사의 경영 실태 및 전망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는 해외 사업장을 포함해 대규모로 진행된다. 산은은 대우조선 국내 본사 외에도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와 북미의 풍력 부문 자회사 드윈드 등도 실사할 예정이다.

이번 실사에는 최소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주요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농협과 공동으로 경영관리단을 파견해 실사 진행과 경영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유동성 문제도 채권은행들과 함께 책임지기로 했다. 산은은 이날 대우조선이 덴마크 머스크사에서 수주한 컨테이너선에 대한 RG 취급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출입은행 등 여타 채권은행도 앞으로 신규 수주 선박에 대한 RG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실사가 마무리된 이후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현재 약 1조8500억원의 회사채 잔액을 갖고 있다. 이 중 2000억원의 만기는 23일이다. 오는 11월에도 3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일단 23일 만기금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상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우조선의 보유 현금은 6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은 지난 20일 담화문을 통해 "채권단의 지원과 함께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책임이 주어졌다"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비업무성 자산을 매각하고 고정비 등 각종 비용 절감에 배전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또 "고용불안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 순환보직 등 질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체질개선과 조직기강을 바로 세워 최단기간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내는데 모든 노력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회사내에 도사린 거품과 속병을 완벽히 도려내고 지속성장과 존속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다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팀장 이상 임원 90명은 지난 22일 서울 본사와 옥포조선소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위기 극복을 위한 임원 결의문을 나눠줬다.

임원들은 결의문에서 "위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강력한 자구노력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직을 포함한 거취와 처우 등 일체를 최고경영자에게 일임하고 백의종군 하는 자세로 사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회사 위기 극복을 위해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원들은 "우리는 신뢰회복을 위해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고, 경쟁력 회복을 위해 혁신에 앞장설 것"이라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문제는 즉시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목표는 반드시 달성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직 이기주의, 보신주의,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소통과 배려를 통해 건강한 사내문화 복원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결의했다.

한편 대우조선노동조합은 부실 경영의 책임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상태다. 대우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현재 대우조선 재경실장(부사장)이 산은 출신이고, 전임 재무 부사장도 마찬가지였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재무담당 출신을 대우조선 재무부사장으로 앉혀 놓고도 '마치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우노조는 "산은이 대우조선 부실경영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대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입맛대로 대우조선을 주물럭거렸고, 대우조선 CEO들은 연임에 눈이 멀어 그들의 장단에 흥을 맞췄다"고 비난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